전력시장 개방이 부른 텍사스 ‘기후인재’ / 김선철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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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철ㅣ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
    2월26일치 <한겨레>에는 ‘텍사스 정전사태와 헛다리 짚는 언론보도’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미국 텍사스 전력난이 기후변화를 무시했을 때 우리가 겪어야 할 재난과 혼란을 보여준 사례이며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핵발전을 대안처럼 제시하는 일단의 주장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전력시장 개방의 문제를 논하는 것마저 “사실과 동떨어진 선정적 보도”라고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기고문은 전력난이 텍사스 전력시장의 민영화와는 상관없고 대비를 철저히 못 한 규제당국의 실패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영화의 결과 전력망에 대한 규제와 감독까지 시장에 떠넘긴 텍사스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텍사스 전력망을 규제하는 어콧(ERCOT)은 민간 발전사와 도소매업자, 투자자 등도 이사로 참여하는 법적 비영리 기업이다. 어콧은 다시 전기, 통신, 상수도 등을 규제하는 공공서비스위원회(PUC)의 감독을 받는데, 세명의 임원은 모든 서비스 부문의 민영화를 신앙처럼 여기는 주지사가 임명했다. 게다가 연방정부의 규제체제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자신의 임무 중 하나로 “경쟁 촉진”을 천명하는 위원회 아래에서 어떤 ‘규제’가 이루어졌을지는 뻔하다.
    어콧은 주어진 시스템과 매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어콧은 한파에 따른 전력난을 예측하며 주민들에게 전기를 아낄 것을 당부했고 병원과 요양원 등의 시설에 대한 전력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부분적 정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 예상치 못했던 과부하에도 병원과 요양원에 대한 전력공급은 이루어졌다. 다만 병원이 없는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단열도 잘 안되는 주택에 살던 유색인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봐야 했다.
    사태가 진정되면서 텍사스 주지사와 의원들은 어콧의 책임을 추궁하며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삶에 기초가 되는 공적 서비스를 민간으로 넘기는 민영화 탈규제 법제화를 한 것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고문은 또 변동요금제에 따른 전기요금 폭등이 소수의 소비자들에게만 해당되고 주정부가 이들에 대한 보호를 천명했다는 이유를 들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한다. 다른 소비자들에게 부과될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또 주정부가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실제 얼마만큼의 ‘보호’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그러면서 변동요금제가 에너지 시장 탈규제 민영화의 산물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는다. 에 따르면 정전사태가 벌어진 뒤 일주일 동안 텍사스주에서만 56조원이 넘는 에너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텍사스 에너지 시장이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기계약이 아닌 그때그때의 전력가에 따라 이뤄지는 스폿 시장거래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330배 이상 뛰어 화석연료기업들은 이 난리 속에서도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이 모두 전력시장 개방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고문은 텍사스 재난이 “시장질서와 상관없이 기후변화를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지만 민간 전력사들이 단기적 시장경쟁에 내몰려 극단적인 기후 상황에 대한 중장기적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 시스템상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은 ‘시장질서’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부분적으로 시장질서에 의존하더라도 공공의 이해에 기초한 강력한 규제가 없으면 한국에서도 이런 재난이 벌어질 수 있다. 이것이 텍사스 사태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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