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앵커리지의 결투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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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19일 앵커리지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베이징에서 CNN 특파원과 외교부 대변인이 설전을 벌였다. CNN이 물었다. “중국은 미국이 발언 시간을 크게 초과했다고 항의했다. 미국 측 발언은 5분이 안 됐다. 중국은 23분을 넘겼다. 시간 초과의 근거가 뭔가? 회담 후 미국 관계자는 ‘중국이 알래스카에서 쇼를 했다(作秀)’며 ‘실질적인 회담보다 연극을 했다’고 했다. 중국 입장은?” 자오리젠 대변인이 받았다. “미국 측 발언에 화약 내와 연극 색채가 가득했다. 중국이 먼저가 아니다.”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과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앵커리지 결투가 끝났다. 지난주 홍콩 명보의 평론가 류루이사오와 천징샹의 관전평을 참고해 승패를 복기했다. 블링컨은 선발제인(先發制人)을 노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에 한국이 휘둘릴 때 침묵했던 미국이 달라졌음을 알리는 포석이었다. 중국 대표는 쾌재를 불렀다. 반격의 구실을 얻어서다. 2분 발언 묵계를 깼다. 경시(輕視)와 멸시(蔑視)에 능한 중국에서 최근 유행어인 ‘평시(平視·당당하게 보기)’를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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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점도 보였다. 양제츠는 “미국의 민주는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 인민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이 중국을 멋대로 평가한다”던 중국 레토릭과 배치된다. 결국 국제 사회에서 반감만 샀다.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동맹과 맺은 합종을 깨뜨리려던 중국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외교는 실리를 다툰다. 실리는 실력이 좌우한다. 중국은 미국과 충돌을 원치 않는다. 종합 국력이 부족해서다. 내년 20차 당 대회가 미국 때문에 어그러져선 안 된다. 미국도 중국을 홀로 압도할 수 없다. 코로나19, 경제 회복, 인종 갈등 등 국내 현안이 우선이다. 유럽·영국·캐나다·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양자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말했다.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한 중국 동료는 이렇게 대답했다. ‘뒤로 물러서라(Back off)’, 한 동료는 더 솔직하게 말했다. ‘참견 마라(Butt out)’”(『예정된 전쟁』)
     
    중국은 앵커리지 결투로 ‘도광양회’ 시대의 종료를 선언했다.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년이다. 홍콩을 해결하려 한다. 2027년은 건군 100년이다. 미국에 “참견 마”를 외치며 대만을 처리할 공산이다.
     
    지난해 한국 GDP가 중국 광둥성에 따라잡혔다. 실력으로 재역전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이 실리 외교를 펼칠 마지노선이어서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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