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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기업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부 재벌이 그동안 계열사와 친족기업에 몰아줬던 단체급식(구내식당)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총수 일가에 부당이익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폐해가 크다. 이번 약속이 재벌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위원장과 삼성·현대차·엘지·현대중공업·신세계·씨제이·엘에스·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집단 대표는 5일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재벌이 업종 차원에서 일감 개방을 약속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3천억원 규모인데, 재벌 계열사나 친족기업의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의 급식 일감을 수의계약을 통해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현대백화점 계열인 현대그린푸드는 ‘사촌 그룹’인 현대차·현대중공업 등의 구내식당까지 사실상 독점한다. 이렇다 보니 나머지 10% 시장을 놓고 4500여개 중견·중소기업이 생존경쟁을 벌인다. 단체급식의 1인당 단가는 4천원 수준이다. “재벌이 밥장사까지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부당이익을 얻는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삼성웰스토리는 2014년 설립 이후 2020년까지 7년 동안 삼성 구내식당을 독점하며 순이익이 총 5071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3747억원을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배당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 31.6%(2020년 말 기준)를 고려하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이익은 1200억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삼성전자 등을 조사 중이다.
    8개 그룹이 수의계약을 통해 계열사 등에 몰아주는 급식 일감은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에 큰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8개 그룹 중 내년부터 전면개방을 약속한 곳은 엘지뿐이다. 나머지는 “시범적” “순차적”이라며 세부일정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말로만 그치지 말고, 진정으로 상생과 공정경제를 실천하기 바란다. 또 일감 몰아주기가 많은 시스템통합(SI), 물류 등으로 일감 개방을 넓혀야 한다. 정부도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규제완화 명목으로 1천명 이상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것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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