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족’ 신화에 집착하는 목소리에 왜 힘을 실어 주는가[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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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사유리씨가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진은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영웅이라는 의미로 슈퍼맨”이라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유리씨가 육아를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사유리씨의 출연을 반대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우선 이 뉴스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부터 따져 물어야 할 것 같다. 뉴스 등장 당시 청원 인원은 1000명대에 불과했다. 뉴스를 통해 청원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애초 논란거리가 아닌 사안을 장사 수단으로 삼은 언론이 만든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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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청원 인원수가 적다고 반드시 뉴스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언론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대중의 관심을 확산시키면서 뉴스가치를 만들어갔다. 처음 보도가 나온 후 충격적 출연자, 여론 격돌, 여러분의 선택 등 자극적 제목을 단 유튜브 영상, 블로그 게시글, SNS 게시물이 양산됐다. 제작진 반응, 정치인 반응에 대한 뉴스도 보태졌다. “이런 청원이 있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제작진이 답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이 뉴스로 포장되면서 마치 큰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정확히는 언론이 단초를 만들고, 부추기고, 활용하는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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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성 육아 참여의 인식 제고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남성 육아를 돌봄의 영역보다 놀이의 영역으로 제한해 돌봄에서의 성별 분업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강한 정상가족 중심성, 무엇보다 이성애를 정상규범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유아나 아동이 등장하는 경우에도 성별에 따라 연인 관계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단지 해당 프로그램만의 문제도 아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조명했던 몇몇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에서도 유사한 시각이 발견된다. 이들 육아 관련 프로그램들이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가 여전히 정상가족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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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성 육아 참여의 인식 제고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남성 육아를 돌봄의 영역보다 놀이의 영역으로 제한해 돌봄에서의 성별 분업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캡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성 육아 참여의 인식 제고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남성 육아를 돌봄의 영역보다 놀이의 영역으로 제한해 돌봄에서의 성별 분업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는 정말로 수많은 아이들을 해외입양이라는 허울을 통해 포기한 과거가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일부의 가족 형태만을 ‘정상’이라고 규정짓는 제도적 제한과 사회적 인식의 무게에 눌려 아이를 보내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특정 존재의 모습을 비정상과 결핍의 틀 안에만 해석하는 것, 이는 우리 사회의 배제와 혐오를 가속화하는 기층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 해당 청원의 근간에는 이러한 인식 구조가 깔려 있다. 즉 사유리씨 가족은 정상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는 출산이 여성의 권리 문제라는 점을 무시하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는 것은 여성이며 여성들이 자신의 생의 기획과 친밀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과 미디어의 역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제도와 담론이 어떤 결정은 막고 어떤 결정만 허용하는지에 대해 살펴야 한다. 비혼이면서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제도적 제한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에 다양한 가족과 양육의 형태가 등장할 때, 이것이 더 이상 정상가족을 신화화하는 소재로 활용되지 않도록, 결핍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미디어가 개입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결코 배제하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는 논란만 양산해서는 안 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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