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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사옥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학 박사)
    봄이 오면 화초의 분갈이를 한다. 자란 키에 맞춰 품이 넉넉한 화분에 옮기고 새 흙도 담아준다. 그래야 잎이 반질거리고 꽃도 잘 핀다. 서른세돌 의 분갈이는 어떨까? 기업이나 단체 운영의 밑바탕이 되는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겨레는 사원이 투표로 사장을 뽑는다. 정확히 말해 대표이사 후보를 선출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 1999년 시작해 현 김현대 대표까지 10번째 대표이사(연임, 중임 포함)가 이렇게 뽑혔다. 이런 경영권 창출 방식은 정치·경제적 압력에서 독립된 언론을 담보하는 제도일 수 있다. 2000년대 초 사원들의 퇴직금 출자전환으로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가 되어, 형식적 정당성도 있었다.
    하지만 사내외에서 현행 경영권 창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한겨레가 더 도약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 2~3년마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전임자의 업적과 정책이 계승되지 않고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지털 혁신같이 꾸준함과 돌파력이 필요한 언론 위기의 시대에는 약점일 수 있었다. 누구를 대표이사로 뽑을지를 두고 사내 갈등이 불거져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생겼다. 특히 정년퇴직자의 주식 환매가 늘어나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계속 낮아졌다. 정관개정 등 주총 특별결의에 필요한 정족수 확보가 숙제로 등장했다. 이 모두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래서 지난해 2월 치러진 대표이사 선거에서 김현대 대표를 포함해 여러 후보가 임기 중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착수할 것을 약속했다. 올해 초 새로 구성된 사외 전문가들의 한겨레 자문위원회에서는 따로 분과를 만들어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한겨레 창간 원로들도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해 왔다. 3월 중순 한겨레에 전달된 제안서에는 변형윤·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중배 전 한겨레 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장윤환 초대 한겨레 편집위원장 등 25명이 서명했다. 제안서는 한겨레가 “창간 당시에 약속한 ‘참된 국민신문’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일 것”이라며 “한겨레의 질적 도약을 가로막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로들은 80%가 넘는 사외 주주가 최고 경영자 선정 과정에 “아무런 발언권을 못 가지다시피 되었”다며 “사내 주주뿐 아니라 외부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장치와 정기적 전망에 바탕을 둔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담은 개선안 마련을 제안했다. 한겨레는 이 제안서를 사원들에 공유하고, “노동조합, 우리사주조합, 자문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올해 말까지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대 대표도 지난달 열린 정기주총에서 원로들의 제안서 내용을 소개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진지하게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해 나갈 뜻을 주주들에게 알렸다.
    세계적으로 드문 7만 국민주 언론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시민사회 명망가가 주축이 된 초기의 창간위원회 추천제, 사내외가 함께한 경영진추천위원회 간선제도 흠결이 있었다. 직선제 역시 회사나 노조에서 몇차례 개선 연구를 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20여년이 흘렀다. 이제 다시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
    한겨레는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의 결실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의 동이 트려는지 어둡고도 춥다. 진보가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면 한겨레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다양한 세대에 열린 언론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지만 한겨레에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를 찾아가는 작업이 주주, 독자, 사원들이 함께하는 열린 대화의 과정이 된다면, 언론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는 신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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