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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언론의 지속적인 신뢰 하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가 기승을 부리고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 즉각적으로 확산되면서 공적 기구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음모론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다. 나라를 막론하고 많은 언론인들이 유례없이 양극화된 정치사회적 환경을 비롯해 두 얼굴의 미디어 기술과 고군분투 씨름하며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언론 불신 문제를 보편적 경향이려니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그 수준이 여타 국가들과 질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국의 언론은 단순한 불신과 멸시를 넘어 저주와 증오, 혐오의 대상으로 변모해가는 게 아닌지 우려할 만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자의 신상을 공개·공유하며 집단적 공격을 호소하는 ‘좌표 찍기’가 유행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언론’ 움직임이 강도를 더해가는 것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다음과 같은 조사 결과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나라에선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가짜뉴스나 부정확한 뉴스에 대한 우려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응답도 68%에 이르렀다. 복잡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친 보도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일은 누가 뭐래도 전통 언론사가 가장 잘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 근래의 신뢰도 회복 국면에서 여전히 예외 상태라는 점이다. 전통 언론의 신뢰 하락은 복잡한 맥락과 원인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가장 크다. 최근의 언론 활동을 정확성, 신뢰성, 다양성이라는 저널리즘 기본 가치를 토대로 비교했을 때 비언론인이 만든 뉴스 정보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유명인이 한 말이라면 충분한 사실 검증 없이 직접 인용해 보도하는 안이한 태도, 익명의 취재원을 활용하며 정보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 다양한 관점을 보도하는 일에 게으른 자세 등 저널리즘의 기본을 외면한 보도 관행이 비언론인의 선동적인 메시지 전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신뢰 하락 문제는 언론사만의 탓도 아니다. 좋은 언론과 품질 높은 저널리즘을 선동적 언론과 구별하지 않는 대중의 책임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통 언론사가 됐든, 비언론인이 됐든, 선동적 저널리즘은 무분별한 팬덤을 토양으로 기생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기호에 맞지 않으면 무차별적 공격을 서슴지 않고 듣기 좋은 뉴스만 골라 듣는 편향 공동체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대중이 존재하는 한 품질 높은 저널리즘은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저널리즘의 기본가치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언론과 그런 언론을 구별하여 지지해주는 눈 밝은 대중들의 공동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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