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영 논설위원이 간다]”진짜 심판은 지금부터…여도 야도 기득권 버려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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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진짜 심판은 4ㆍ7 재·보선 이후부터다.”
    서울ㆍ부산 시장 보선의 결과가 내년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재·보선과 대선의 승패를 직결시키기 어렵다고 본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껏 한국 정치에선 “총선은 중간평가, 대선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해석이 통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도그마와 선민의식에 빠졌고,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야권은 오만과 구태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결국 대선은 여야의 이런 모습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하는지에 결과가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진보·보수 학자가 보는 4·7 재·보선 이후 정국]
    진보 안병진 교수
    “내로남불 이어지며 실망 키워
    윤리적 기반 탄탄히 하고
    사회적 공감의 리더십 회복해야”

    보수 김형준 교수
    “국민의힘이 잘한 것 별로 없어
    중도 보수 빅텐트 세우려면
    통합 과정 잘 이끌 대표 내세워야”

    그렇다면 양 진영은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바꿔나가야 할까. 안병진 경희대 교수(진보)와 김형준 명지대 교수(보수)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판을 보는 둘의 시각은 달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지점에서 정확히 일치했다. “여야 모두 스스로의 기득권을 버려야 산다”는 결론이었다.   

    중앙일보 서울 보궐선거 여론조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IPSOS(입소스)]

    중앙일보 서울 보궐선거 여론조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IPSOS(입소스)]

     
    ◇안병진 “성숙된 자유민주주의가 진보의 과제”

    안병진 경희대 교수

    안병진 경희대 교수

    안병진 교수는 그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진보 진영의 이론적ㆍ현실적 자문에 응해왔다. 서강대 재학시절엔 사노맹(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동맹) 계열의 학생조직인 전국민주주의 학생연맹(전민학련)을 주도해 2년 6개월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선거전이 시작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고전해 왔다. 왜일까.

    “일단 서울ㆍ부산 시장 후보를 낸 것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할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깨니 그때부터 다 꼬였다. 2년 전 조국 사태 때부터 예견된 ‘내로남불’의 일상화다. 시민사회 등에서 좋은 후보가 나오고 민주당은 연대하는 형태가 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원칙있는 패배’가 됐을텐데 그걸 못했다. ”

    -지난 4년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은 예외적이었다. 시대를 앞선 두 사람은 물론 단점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진보를 성숙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과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트라우마를 지닌 지금의 민주당은 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박혀 있지 않다. 여기에 진보든 보수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윤리라는 것이 있는데, 이 정권 들어 그 윤리도 후퇴했다. 진보를 표방했지만 진보적인 부분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거다.”

    -재·보선 이후 대선 준비를 위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일이 뭔가.

    “첫째,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 진보가 거듭나는 수준으로 자신들의 윤리적 기반을 탄탄히 해야 한다. 그런 토대 없는 민주주의는 허망하다. 둘째, 진보가 잃어버린 사회적 공감대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미 기득권화돼 잃어버린 사회적 공감의 리더십을 회복해야만 진보가 살아날 수 있다. 셋째,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문제 해결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자유주의도 아니고, 그냥 다수주의다. 마지막으로 기후·환경·외교 관계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매우 중요한 얘기지만 막연하고 어렵게 들린다.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형성돼 있는 일부 진보 진영의 기득권을 깨는 거다. 현 정부 4년간 진보는 퇴행한 측면이 있다. 도그마와 선민의식에 빠졌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대선 때 진보가 한번에 다시 제자리로 뛰어오르길 바라긴 어렵다. 그런 만큼 단계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음 정권은 일부 기득권을 해체하고 실사구시적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큰 욕심을 내기보다 우선 단계적으로 가기 위해 진보 내에서부터 기득권과의 강력한 싸움이 필요하다. 이른바 친문 주류세력이 민주주의와 진보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버리고 문호를 개방해 성숙한 민주주의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김형준 “보수, 질서있는 통합 없인 대선 필패”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최정동 기자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최정동 기자

    아이오와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김형준 교수는 보수의 이론가로 꼽힌다. 한국선거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 진영을 질서있게 통합해 내야만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뭘 잘했길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서는 것일까.
    “사실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보여준 건 없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사태로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고, 그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다. 이 대목이 여론의 호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다. 국민의힘이 깔끔하게 자체 1차 후보 선출을 마무리하고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에 적극 나선 건 잘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도 국민의힘만의 공이라 보기는 어렵겠다. ”
    -국민의힘이 이 상태로 승리한다면 오히려 대선에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떠올려보자.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 크게 승리했다. 대선도 다 이긴 것처럼 굴었다.그러나 정작 대선에선 이회창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졌다. 국민의힘이 이대로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이 승리가 오롯이 자신들이 잘해서 이뤄진 것이라 생각하다면 그건 명백한 오판이다. 그랬다간 2002년이 재현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유하자면 여당이 재·보선에서 완패할 때 백신을 맞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은 자칫 코로나19가 종식됐다며 들떠 마스크 벗고 다니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 결과적으론 백신 맞은 사람이 더 건강한 것 아니겠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만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 주요 원인은 LH 사태로 표출된 민심 이반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다. 반사이익이란 얘기다. 승리에 도취해 이런 걸 잊는다면 지는 게 나을 수 있다.” 
    -야당에선 최근 대선도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보수 야권이 내년 대선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안철수 대표, 그리고 지금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전 검찰총장)세력과 합치지 않고 대선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른바 보수·중도 연합 빅텐트를 쳐야만 승리가 가능한데, 국민의힘이 여전히 최대 지분을 주장한다면 나머지 세력들이 함께 할 수 있겠나.”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질서있는 통합 없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합당 이슈가 있을 것인데 합당 때는 국민의힘 중심으로 흡수 통합을 한다는 생각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 의석수 비율 운운하며 자신들이 가진 걸 전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통합은 난망이다. 이런 과정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 재·보선 이후 전당대회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보수 야권의 통합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도 오만과 타락의 이미지를 버리지 못한 국민의힘이다. 이 상태로 아무 변화 없이 내년 대선에 가면 정권을 찾아올 수 없다.”

    이가영 논설위원

    이가영 논설위원

    이가영 논설위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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