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몰래 천안함 재조사’ 추진, 청와대·국방부가 경위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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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전 천안함 함장

    제6회 서해수호의 날과 천안함 피격사건 11주기 추념 행사가 지난 3월 26일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지 불과 닷새 만인 31일 필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재조사 진정을 지난해 9월에 접수했고, 12월에 개시 결정까지 했다는 보도였다.
     

    재조사 착수 드러나자 진정 각하
    장병의 숭고한 희생 욕되게 말아야

    더 놀라운 것은 진정인이 천안함 좌초설과 잠수함 충돌설 등 음모론을 제기해 국방부와 해군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재판 중인 A씨였다는 사실이다. 필자도 처음엔 ‘만우절 가짜뉴스’라 여겼다. 하지만 지난 1일 규명위를 항의 방문해 사실을 확인하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항의 방문 바로 다음날 재조사 진정 결정이 각하됐다. 만약 바로 항의하지 않았다면 재조사 절차가 계속될 뻔했다. 진정이 접수된 지난해 9월부터 각하 결정이 난 2일까지 7개월간 대통령 직속 기구가 호국의 별이 된 46명 천안함 전우들을 의문사 군인으로 만들었다. 유족과 생존 장병을 ‘의문사로 죽은 군인 가족과 전우’라는 꼬리표를 붙였던 셈이다.
     
    규명위의 재조사 진정 수용은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규명위가 진정인 자격도 없는 사람의 진정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목숨 바쳐 서해를 지키다 전사한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군내 의문사’로 치부했다. 이는 유가족에게 또다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생존 장병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행위다.
     
    둘째, 규명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라는 점이 충격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라고 유족이 묻자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제6회 서해수호의 날에 “(전사자들이) 불굴의 투혼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바다 위 저물지 않는 호국의 별이 됐다”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 위로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연설했다. 그날 문 대통령은 2023년 천안함의 부활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 말이 정말 큰 희망이 됐지만, 일주일 뒤 다시 무너져내렸다. 진정 접수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규명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아니란 말인가.
     
    셋째, 그 누구도 이번 사건과 절차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명위는 국방부에 통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하위 조직이 위임 전결해서 몰랐다고 한다. 청와대는 “규명위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천안함의 부활을 말씀하신 것이 대통령의 진심”이라며 해명할 뿐 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함이 부활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는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 원하는 천안함 부활을 곡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천안함이 불명예스럽게 부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필자는 ‘영원한 천안함 함장’으로서 거듭 분명하게 촉구한다. 규명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 청와대는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고,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국방부는 규명위에서 받은 조사 개시 통보 접수부터 처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은 너무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의문의 사고를 당한 불명예스러운 군인들이 절대 아니다. 이미 명백한 조사 결과가 나와 있는 마당에 더는 천안함의 명예를 훼손하고 숭고한 희생을 욕되게 하지 말기 바란다.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 전 천안함 함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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