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66)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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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자효 시인

    휴대전화
    오세영(1942~ )
    조찰히 문갑 위에 앉아 있던 휴대전화
    갑자기 몸 비틀어 부르르 떨고 있다.
    물건도 할 말을 못하면 저렇게도 분한가.
    – 문학나무(2004년 여름)


    시조는 한민족의 자랑
     
    소리를 못 내게 했더니 온몸으로 떠는 전화. 물건도 할 말을 못하면 저렇게도 분해하는데…. 이 작품은 휴대전화의 진동 모드를 재치 있게 묘사한 것이지만 우리 인간사에 빗대도 다르지 않다. 언로가 막히면 그 분함을 온몸으로 떨며 저항하지 않는가?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얀마의 대규모 유혈 시위도 그런 분노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오세영 시인이 서울대 국문학과 조교수로 봉직하던 1987년 가을 학기에 미국 아이오아 대학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시인 작가들이 자기 나라의 문학을 소개하는 강좌가 있었는데, 오 시인은 첫 강좌 때 한국의 모더니즘을 강연했다고 한다.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켜 생각하니 모더니즘은 서양에서 온 것인데 서양인에게 강의한 모양이 되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주제를 시조로 바꾸었더니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다. “한국에 고유의 문학이 있는가?” “한국의 정형시는 어떤 것인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 한다.
     
    우리가 시조라는 고유의 문학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더욱이 700년 된 문학 장르가 현대에도 창작되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것이라는 점에서 시조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라고 하겠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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