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직격인터뷰] “당 밖에서 사람 끌어오다 오합지졸 만들면 혼란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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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2일만에 ‘자연인’ 돌아간 김종인 

    고정애 논설위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위원장이 된 지 312일째 날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날이기도 한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례적으로 당원 일동 명의의 감사패도 전달됐다. 문구는 이랬다.
     

    “야당 지지는 있어도 야권 없다”며
    홍준표·안철수 등 입당엔 비판적
    윤석열 두곤 “당에 모셔올 수도”
    “개헌 논의 반드시 나올 것” 입장도

    ‘국민의힘이 가장 어려울 때 중책을 맡으셔서 뼈를 깎는 혁신으로 당 재건에 앞장서셨습니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4·7 재·보선을 승리로 이끄셨습니다. (중략) 그 중심에 위원장님이 계셨습니다. 약속하신 소임을 이루고 떠나시는 위원장님께 국민의힘 의원과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 감사패를 드립니다.’
     
    그가 진정 떠나는 걸까. 모두 궁금해하지만 그만이 알 것이다. 어쩌면 그도 모를 수 있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어서다.
     
    그와 7일 만났다. 오후 3시 국회에서였는데 당시 그는 서울에서 15%포인트 차 압승을 자신했다. 투표함을 여니 18.32%포인트 차였다. 다음날 통화에서 그는 “이 정권이 4년간 하는 거로 봐서 이번엔 결정적으로 국민에게 호되게 혼날 것이란 예측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곤 “국민의힘에 있는 분들에게 바라는 바”라면서 “밖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지 말고 내부가 결속해서 좀 탄탄하게, 추진하고 있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서 국민에게 ‘한국 정치를 위해 변하고 있구나’ 그런 인상을 가급적 강하게 심어 달라”고 했다. 그와의 대화다.
     

    4·7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다음 날인 8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이날 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오종택 기자

    4·7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다음 날인 8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이날 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오종택 기자

    승리를 견인했는데 곧바로 떠나니 서운하지 않나.
    “하나도 서운할 것 없다. 사실 그동안에도 ‘내가 이 노릇을 해야 하나’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조금만 뭘 하려면 반대 논리가 많았다. 합리적으로 반대하면 수용하는데 심지어 나한테 직접 대면해서 ‘언제 그만둘 것이냐’라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 비교적 온건한 야당으로 국민에게 할 소리만 하면 되지 않냐 해서 1년 가까이 끌어왔지만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 ‘야당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극한투쟁을 하면 국민이 짜증만 낸다.”

     
    실제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존 당의 색채를 희석했다. 기본소득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공론화했고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도 사과했다. 야당 몫이었던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지분도 포기했다. 이 과정에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근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이 지연될 때는 사퇴 요구도 받았었다.
     

    이번 선거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은 갖춰졌다고 보나.
    “그렇지만 충분조건이 갖춰진 건 아니다. 지금부터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뼈대는 갖춰놓았다. 정강·정책도 다 바꾸었다. 정강·정책에 합당하게 의원들이 의원활동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양극화 현상이 더 벌어지고 있다. 금방 해소될 순 없겠지만, 노력을 하는 정당이란 걸 자꾸 보여줘야 한다.”

     

    곧 당 지도부가 바뀐다. 밖에 있는 사람도 들어오려고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기다. 밖에 있는 사람이 뭐 대단하다고 자꾸 생각하나. 괜히 밖에 있는 사람들에 미련을 갖고, 그 사람들과 뭘 하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의힘 자체를 굳건하게 해서 자력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해야 국민이 따라온다. 밖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당에 혼란만 일으키면서 지금까지 변화해온 걸 무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당 내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냉정성을 갖고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김문수 전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인가.
    “그러니까 안철수 대표도 다 그런 거다. 선거 끝나자마자 벌써 야권 대통합 얘기를 하는데, 야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사람만 몇 존재할 뿐이다. 국민 사이에 야당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야심(野心)은 있어도 (세력으로서) 야권은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 밖의 인물 아닌가.
    “윤 전 총장은 과거에 정치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특이한 사람이니 나중에 국민의힘이 모셔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당이 더 내부적으로 결속을 해줘야 한다.”

     
    그는 제3지대의 가능성에도 회의했다. “국민의힘이 수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빨리 국민에게 인식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재차 “밖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다가 오합지졸을 만들어선 혼란만 오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밖의 인물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강한 것이다. 이날 비대위원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수권 의지 대신 당권 욕심만 내는 사람들 ▶대의 보다 소의, 자강보다 외풍에 치중하는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다만 윤 전 총장에 대한 언급 수위는 그간보다 낮았다. “별의 순간”,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그 정도의 자세를 갖춘 사람은 최근 처음 봤다”고 했지만, 이날은 “나는 그 사람 잘 알지 못하고, 나 하고 한 번도 연락해보거나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말 나온 김에 다른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도 물었다. 냉정했던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준표·유승민·안철수·원희룡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의 가능성을 어찌 보나.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그런 생각이 있으면 국민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데, 국민에게 어필을 해도 시원한 반응이 안 나오면 알아서들 판단해야 한다.”

     

    여권에선 누가 유리하다고 보나.
    “거기도 복잡하다. 후보가 없다. 현재로선.”

     

    현재 이재명 경기지사가 앞서나간다.
    “그냥 앞서가는데 별 의미가 없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대선 가능성에 대해선 “다 지나간 얘기”라고 부인해왔다. 대신 도울지 여부는 열어뒀는데 “저 사람이 정말 나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내가 그런 것은 안 하려고 한다”면서다. 그에게 “도울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처럼 답했다.
     
    “(내가) 혹독하게 평가한다고 하니 가급적 (평가를) 삼가려고 하는데, 대통령이라면 근대국가를 이끌어갈 조건을 겸비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찾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뭐라고 보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하느냐, 미·중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스탠스를 지켜야 할 것이냐 등이다. 미래와 관련, 교육 문제도 있는데 이는 저출산과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최소한의 상식은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결국 지난 4년 문재인 정부가 해온 그런 유형의 결과밖에 안 나온다.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 다만 앞으로 경쟁하면서 나타날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누가)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안 하려고 한다.”
     
    개헌도 물었다. 그는 대통령제론 더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터뷰한 장소인 국회 대표실 벽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만 걸려 있기에 물었더니 “걸려 있는 세 분도 다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는 “문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하면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다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며 “대통령제에 대해 국민이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권력구조 자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자연적으로 개헌 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기 주자들이 약속할까.
    “욕심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제 해서 멋대로 하고 싶어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제를 해서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 한다고 많이 얘기했지만, 도대체 결과가 뭐냐. 아무것도 없다. 나는 (개헌) 문제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려다 보면 대통령 임기를 2024년으로 단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각오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나라를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임기가 잘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민의힘 주자가 대통령이 된 들 (야당이 180여 석인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협치할 수밖에 없다. 협치 과정에서 개헌한다고 약속을 해야 한다.”

     

    개헌하겠다는 후보가 있으면 도울 텐가.
    “대통령 후보 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공약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얘기할 건 아니다.”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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