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반전…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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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현철 정책디렉터

    인류는 중세의 페스트,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를 만났다. 벌써 1년을 넘긴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AZ 백신 부작용, 세계가 혼란
    접종률 높은데 감염 안 줄기도
    새 백신 출현까지 방역 조여야

    가장 최근의 반전은 7일, 유럽의약품청(EMA)이 “희귀 혈전 발생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AZ 백신은 침팬지에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약물 운반체(벡터)로 사용한다. 에볼라 등 10여개 질환의 백신에 활용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곳곳에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이 있고, 영하 수십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보관과 운송도 쉽다. 수세에 몰린 인류가 경기를 뒤집을 무기,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는데 갑자기 골칫거리가 돼버린 셈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백신은 더더욱 없던 지난해 오직 의지할 곳은 방역밖에 없었다. 그때 한국은 눈부신 성과를 냈다. ‘K-방역’을 전 세계에 자랑할 만 했다. 방역에 실패한 국가들은 절치부심 반전을 만들어 냈다. 백신에 올인한 덕분이다. 그 결과 평균 10년, 짧아도 2년은 넘게 걸린다는 백신이 6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다시 6개월 뒤 임상시험까지 마치고 대대적인 접종으로 이어졌다. 먼저 돈을 뿌린 나라와 백신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에 백신이 먼저 돌아간 것은 당연지사. 아워월드인데이타(OWID)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백신 접종률(총인구 대비 접종 회수)이 가장 높은 편인 이스라엘(117%, 1위), 영국(54.6%, 3위), 미국(50.4%, 4위) 등의 누적 감염자 수(100만명당)가 각각 4위와 5위, 17위로 상대적으로 많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백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희망과 현실이 달리 가고 있는 점도 반전이다. 헝가리의 경우 현재 접종률(36.6%)은 OECD 국가 중 5위인데 신규 확진자는 100만명당 680명으로 1위다. 접종률 2위 칠레도 신규 확진자(100만명당 360명, 8위)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미국은 아직도 매일 6만8000여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는다. 절대적인 숫자로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전 세계적으로도 인도에 이어 2위다. 특히 최근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칠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 접종률이 1%에도 못 미치던 지난 1월 봉쇄를 푼 게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주변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 마스크도 없이 휴가를 다녀왔다. 그러니 아무리 백신을 놔도 잡히지 않는다.
     
    이는 백신 민족주의에 집착하는 선진국들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올 연말까지 공급될 백신 물량은 AZ가 30억회 분이고, 나머지 4개 백신이 50억 회분 정도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이미 싹쓸이했다. 백신을 공평하게 공급하기 위해 ‘코백스’라는 국제 프로젝트가 만들어졌지만,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백신을 구경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런 실태를 “파멸적인 도덕적 실패 위기”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속도라면 전 세계에 집단면역이 생기는 데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선진국이 자국 안에서 집단 면역을 조기에 달성한다고 해도, 국경 봉쇄는 풀 수 없는 상황이 몇 년씩 지속될 수도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반전은 역시 새로운 백신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개발된 백신 중 러시아의 스푸트니크Ⅴ 백신이 첫 번째 후보다. 러시아는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 백신의 집단 접종을 시작하는 바람에 초기 신뢰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엄격한 동료평가를 거치는 국제 학술지(랜싯)에 예방 효과 91%라는 3상 결과가 실리면서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 백신의 사용 승인 여부를 한 달째 검토하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 화학과 제이슨 맥렐란 교수는 코로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짜로 공개했다.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이칸 의대 연구진은 이 단백질을 달걀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브라질·태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독감 백신처럼 많은 양을 싸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반전의 주인공은 새 백신이겠지만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칠레처럼, 또는 선거를 앞뒀던 한국 정부처럼 조급하게 방역을 풀면 망한다. 또 아무리 좋은 백신이 개발돼도 국민이 수용을 거부하면 쓸모가 없게 된다. 이번 AZ 백신 사태는 부작용 자체보다도 백신 거부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최현철 정책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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