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인권 마케팅’ 의심은 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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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혜수 스포츠팀장

    지난달 26일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J조 독일-아이슬란드전은 승부 자체보다 독일 팀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독일 선발진 11명이 경기 직전 겉옷을 벗자, 안에 입은 검은 티셔츠에 적힌 하얀 알파벳 글자가 드러났다. 11명이 일렬로 서자 ‘HUMAN RIGHTS’(인권)라는 두 단어가 완성됐다. 선수들은 개최국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월드컵 관련 시설 공사 과정에서 6500명 넘는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 퍼포먼스의 시작은 하루 앞선 25일 노르웨이 대표팀이었고, 독일과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인권’ 퍼포먼스를 하는 독일 축구대표팀. [로이터=연합뉴스]

    ‘인권’ 퍼포먼스를 하는 독일 축구대표팀.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계 인권 운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이다. 인종 차별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린 장면으로 기억되는 대회다. 시상식장의 ‘블랙파워 경례’가 그것이다. 육상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리스트는 존 카를로스는 미국 흑인 선수다. 이들은 검은 양말과 장갑을 착용하고, 가슴에는 배지를 단 채 시상대에 올랐다. 신발은 신지 않았다. 미국 국가 연주 때 고개를 숙이고 한쪽 팔을 들었다. 검은 장갑과 양말은 흑인의 힘을, 신발을 신지 않은 건 흑인의 빈곤과 그들에 대한 억압을 상징했다. 당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 백인 선수 피터 노먼은 공감의 표시로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라고 적힌 같은 배지를 함께 달았다. 노먼도 ‘백호주의’(호주의 백인 우선주의)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미스와 카를로스를 올림픽과 선수촌에서 내쫓았다.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이 위반했다는 조항은 ‘광고, 시위, 선전’에 관한 제50조, 그중에서도 ‘올림픽 장소, 베뉴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2항이다. 인권 보호와 차별 금지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항상 이 조항에 가로막혔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등 국제 스포츠기관에 이 조항은 금과옥조인 동시에 전가의 보도다.
     
    변화 조짐이 보인다. 이 조항 폐지 요구가 잇따르자 IOC 등이 한 걸음 물러났다. 지난해 IOC는 “기자회견이나 온라인에서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누그러진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FIFA는 독일팀 퍼포먼스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축구가 가진 선한 힘을 믿는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오히려 IOC와 FIFA의 이런 반응이 당황스럽다. 과연 그들이 뿌리까지 변한 걸까. 혹시 그들이 ‘이제는 이런 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많은 이가 그들의 ‘인권 상업주의’, ‘인권 마케팅’에 대해 의심을 갖는다. 그런 의심은 부당한 걸까.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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