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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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어제 물러나며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또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달라”고 했다. 타당한 당부다.
     
    국민의힘으로선 오랜만에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었을 뿐만 아니라 보수 집권 시대를 열던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때를 떠올릴 만한 압승을 거뒀다.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해서도 섣부른 기대감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승리는 상황과 이슈에 따라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바꾸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지지에 주로 힘입은 것이다. 통상 민주당 지지층으로 알려졌던 20, 30대들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특히 20, 30대 남자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답변이 각각 72.5%, 63.8%로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인 60대 이상(71.9%) 수준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고 호소했고, 청년들로부터 화답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가 계속될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표를 줬다” 대신 “야당이기에 표를 줬다”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훨씬 노력해야 한다. 큰 지지엔 큰 책임이 따른다. 정권심판론에만 기대선 안 되며, 자체 역량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양극화와 청년 일자리, 저출산 등 현안을 타개할 실현 가능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바로 수권(受權) 정당의 면모다. 당내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보다 당 밖 주자들의 지지율이 한참 웃도는 상황이라 당의 자강(自彊) 필요성도 더욱 크다 하겠다. 마침 어제 국민의힘 초선 의원 56명이 “낡은 보수의 껍질을 과감히 버리고 시대의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하니 지켜보겠다.
     
    분명한 건 수십 년 쌓여온 구태를 깨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제 개표상황실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이 당 사무처 요원에게 폭언·폭행한 사건을 보면 국민의힘에는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구태의 모습이 잠복해 있다. 야당도 이제 심판대에 올랐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국민이 표를 몰아준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성찰과 자중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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