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시시각각] 이남자, 이여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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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20대의 성별 표심 격차가 두드러진다. 40대 이상에서는 성별 표심 격차가 거의 없는 것과 대비된다.

    ‘이남자(20대 남자)’와 ‘이여자(20대 여자)’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20대가 스윙보터 역할을 하며 선거 판세를 흔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다. 20대(18~29세) 남성 72.5%가 오세훈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20대=진보’란 통념이 깨졌다. 20대 여성에선 3.1%포인트 차이긴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44%)가 오 시장(40.9%)을 앞섰다. 박 후보가 오 시장을 누른 것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40대 남성(박영선 51.3%, 오세훈 45.8%)에 이어 유일했다. 20대 여성의 15.1%는 ‘찐진보’ 들이 많은 기타 소수 후보에 투표했다. 
    20대의 정치적 젠더 격차에 일찍이 주목한 장덕진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진보적이지만,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젠더 간 정치적 견해차가 없어지고, 그 단계를 지나면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 된다. 이때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유리천장의 완전한 해체 요구가 나온다. “서구 선진 산업사회에 예외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이미 겪은 여성의 상대적 진보화라는 보편성”이다. 가령 우리 “기성세대 여성들은 정치적 견해에 있어 남성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20대 남녀의 정치적 견해차는 대구ㆍ경북과 광주ㆍ전라만큼 커졌다.” 

    20대 스윙보터, 젠더정치 부상
    성별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 표심
    정치적 노림수 성대결 이용 곤란

    물론 20대의 진보ㆍ보수는 전통적인 진보ㆍ보수와 결이 다르다. 입 모아 지적하듯 ‘보수화라기보다 민주당을 심판했다’는 게 맞다. 이념에 따라 최선 아닌 차악이라도 ‘우리 편’을 찍는 진영투표 아닌 사안별로 개인적 이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신투표’를 한 결과다. ‘공정 DNA’의 20대에게 민주당은 이미 진보 아닌 기득권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들의 선택적 정의와 내로남불, 오만에 분개했다. 여권 인사들의 “20대의 역사 경험 부족” 운운도 손절의 계기였다. 젠더 이슈도 컸다. 전임 시장의 성폭력으로 열리는 선거임에도 반성 없는 여권 정치인들의 2차 가해에 분노가 폭발했다. 페미니즘 흐름 속에 20대 남성의 역차별은 방관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이번 선거에는 성평등을 내세우거나 성소수자 후보가 5명이나 됐다. 지금껏 없던 풍경이다. 페미니즘 후보도 래디컬 후보에서 소수자 연대를 중시하는 후보까지 다양했다. 소수 후보들은 9만 표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대 여성의 15%, 30대 여성의 5.7%, 20대 남성의 5.2%가 지지했다. 찻잔 속 미풍이지만 향후 한국 정치에서 기존 진보ㆍ보수 개념을 해체하며 양당 구도의 균열을 자극할 가능성이 적잖다. 
    문제는 드디어 가시화된 ‘젠더 정치’ 시대를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다. 이른바 ’20대 개**론’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여권은 민심과 동떨어진 길을 택한 듯하니, 보탤 말이 없다. 야권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한 결과”(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라는 승패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말로만 페미니즘이지 민주당이 여성주의 운동에 올인한 적이 없고, “남북갈등보다 심각한 젠더갈등”(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앞에 성별 갈라치기를 성공적 득표전략으로 자평한다는 데 심각성·위험성이 있다.
    아버지라면 몰라도 적어도 나는 가부장제의 수혜를 입은 적 없다는 20대 남성의 억울함, 박탈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성평등 시계를 뒤로 돌려야 하는 건 아니다. 일부 극단적 페미니스트가 있으니 페미니즘을 폐기해야 하는가. 이남자도 이여자도 다 유권자인데, 한쪽을 택하면 한쪽은 버릴 것인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며 차별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은 선진 사회의 기본값이다. 현실의 불만을 성 대결로 치환해 그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 상호혐오로까지 번져가는 젠더 갈등을 봉합할 방법을 시급히 찾는 것이 지금 정치의 과제다.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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