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통약자·보행자 우선하는 운전문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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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택영 교통안전환경연구소 소장

    지난해 교통사망자 수는 경찰청 추산 3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3000명으로 줄었다지만 이 숫자는 300명 정원의 대형 여객기가 매달 한 대씩 추락해 모두 사망하는 대참사가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것과 맞먹는다. 단순 숫자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면 희생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지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통약자 사망 사례 여전히 많아
    ‘차량우선’ 후진적 의식 없애야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도 ‘교통 약자’가 대부분 희생되는 보행자 사고를 어떻게 줄이고 보행자를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주요 교통안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아직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5.5%인 1093명이 보행 중에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교한 도로교통공단 자료를 보자. 2018년 기준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영국이 25.7%, 미국과 독일은 각각 17.5%와 14.0%, 프랑스가 14.5%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39.3%로 매우 높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통안전 부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대책을 기반으로 하는 ‘제8차 국가 교통안전 기본계획’이 올해로 종료된다. 하지만 고령자와 어린이 관련 사고의 절반이 보행 중에 발생하고 있고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 약자의 안전 대책은 딱히 보이질 않고 있다. 8차 기본계획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행자는 무방비 상태인데 자동차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 차량 속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고 직전 속도를 얼마나 떨어뜨려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고 사례의 마이크로 분석을 통해 충돌 직전 속도를 체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도시에서 차량의 제한 속도를 통제하는 것도 중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도시에서 제한 속도를 기존 60㎞/h에서 50㎞/h로 낮추고, 주택가 등 이면도로 제한속도를 30㎞/h로 낮추는 ‘5030 사업’이 좋은 사례다. 영국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와 충돌하는 보행자의 사망률은 차량 운행 속도가 32㎞/h이면 5% 수준이지만, 64㎞/h로 높아지면 85%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전 속도가 감소하면 예방효과도 높아진다. 우리나라가 오는 17일부터 도시 제한 속도를 전국 단위로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명을 우선하는 운전 행동을 유도하는 법적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보면 보행자가 있는데도 운전자 대부분이 일시 정지를 하지 않는다. 이는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 혹은 과태료 7만원 부과 대상이다. 심지어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 보행자를 밀쳐내면서 주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차량 우선이라는 후진적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 3429명이 역대 최고치였다. 지금은 22%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감소 폭이 대폭 둔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21년 교통안전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사망자 수 목표치(2700명)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데 보여준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을 교통안전 부문에서도 발휘해 억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연간 약 400만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교통안전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정책 당국은 명확한 진단을 통해 ‘교통사고와의 전쟁’ 같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장택영 교통안전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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