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의 뉴스뻥] 야당 지지 20대, 보수화 때문 아냐…586 내로남불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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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여당의 부동산 입법 강행을 비판하는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2020년 여당의 부동산 입법 강행을 비판하는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20대 보수화’ 프레임의 진단은 틀렸다. 지난 2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18~29세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22%)·정의당(9%)이 국민의힘(14%)·국민의당(3%)보다 높다. 무당층(52%)도 압도적이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걸로 착각하지 말라”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선거의 일등공신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식’ 정의에 배신당한 청년들이 분노의 표를 던졌다.
     

    4년 새 청년 고용률 58.2%→55%
    서울 아파트(30평형) 값 1.7배 올라
    여 초선 5명 “내로남불 이중적 태도”
    윤희숙 “청년 외면한 진보는 수구”

    존 롤스에 따르면 정의는 평등한 자유와 공정한 기회가 전제돼야 한다(『정의론』). 시민 누구나 자유의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며, 모두가 특권과 반칙 없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이 돌아갈 때”만 용인된다. 이를 화려한 수사로 조합한 것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 취임사였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국민에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내로남불의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여당 초선 의원 5명의 반성처럼 기회는 평등하지도, 과정은 공정하지도 않았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 역시 “조국 전 장관이 보여준 특권적 모습은 사회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인 민주당에서 옹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해 8월 인천국제공항 사건 때 거리에 나온 청년들. [뉴스1]

    같은해 8월 인천국제공항 사건 때 거리에 나온 청년들. [뉴스1]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불평등만 키웠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거대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들로 저소득층과 청년들이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부동산 입법 독주로 무주택자를 졸지에 ‘벼락거지’로 만들었고,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인 20·30대의 ‘내집마련’도 틀어막았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청년 없는 청년 정책을 펼치면서 청년들을 낙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2017년 2/4분기) 20~29세 고용률은 58.2%였다. 그러나 2/4분기 기준 2018년(57.9%), 2019년(57.7%), 2020년(55.2%) 등 매해 감소했다. 올 1/4분기는 55%로 더 떨어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30평형대)은 6억4000만원(2017년 5월)에서 11억4000만원(2021년 1월)으로 올랐다. 부동산 3법이 처리된 2020년 한 해 동안만 1억600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여당의 부동산 입법을 비판하는 국회 연설로 유명해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들의 꿈을 무너뜨린,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말했다. 당시 “그 이름이 오래도록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했는데, 법안 발의자인 박주민 의원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법 시행 직전 임대료를 대폭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의원의 말이 다시 회자됐다.
     
    “청년 희생시켜 586 기득권 공고”
     

    지난 3월 15일 LH 직원들의 투기를 비판하는 촛불집회. [연합뉴스]

    지난 3월 15일 LH 직원들의 투기를 비판하는 촛불집회. [연합뉴스]

    경제학자인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펴낸 『정책의 배신』에서 “청년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을 남발해 586 기득권이 혜택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고치는 것이 진보”라고 말했다. 정치인 이전에 학자로서 윤희숙이 생각하는 진보 정권의 청년 정책은 어떨까.
     

    데이비드 이스턴은 사회적 가치를 권위 있게 배분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인간 사회는 늘 자원과 기회가 한정돼 있다.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나누는 게 정치다. 성장률이 10%씩 될 때는 일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쪼그라든 상황에선 전보다 많이 공부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한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신규 진입자들의 길을 넓혀주고, 많이 가진 기성세대가 조금씩 나눠야 한다.”

     

    청년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분노했다. 한번에 수천 명을 정규직화 했다.
    “공시생 입장에선 문턱만 높아진 꼴이다. 과거엔 노조의 권익을 옹호하는 게 사회가 진보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노조에 보호받지 못하는 계층이 많다. 기회의 문은 좁아졌는데, 이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의 권리만 강화한다. 이렇게 기득권을 지키는 건 진보가 아니라 수구다.”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정권 출범 직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이 대표적이다. 정책 시행 1년 만에 소득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하위 20%) 실질가구소득은 정권 출범 당시(2017년 2분기) 139만원에서 1년 후(2018년 2분기) 127만으로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는 806만원에서 875만원으로 급증했다.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저소득층 소득은 왜 떨어졌나.
    “인건비에 부담 느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줄였다.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상·하위 10%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계속 줄었다. 반대로 월급여 격차는 커진다. 저소득층의 근로시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자리 대부분이 일용직과 단기 아르바이트여서 그렇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냉철히 따져보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사다리 걷어차기’가 됐다.
    “서울 중위임금 근로자가 중위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소득을 100% 모아도 30년 걸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20년이었다. 청년들은 ‘내 집 마련’ 꿈조차 꾸기 어렵다. 온갖 대출 규제로 현금이 없으면 집 사기도 불가능하다. 청년들 입장에선 열심히 일하고 돈 모으고 있었는데, 갑자기 ‘벼락거지’가 돼버린 셈이다.”

     
    국민의힘도 잘한 것 없어
     

    같은달 28일 오세훈 후보 유세차에서 연설하고 있는 20대. [사진 유튜브 캡처]

    같은달 28일 오세훈 후보 유세차에서 연설하고 있는 20대. [사진 유튜브 캡처]

    그러나 집권세력은 부동산 앞에선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청와대에선 강남 아파트 매각 대신 사표를 선택한 김조원 전 민정수석,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일으킨 노영민 전 비서실장, 관사에 살며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재개발 투자한 김의겸 전 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독선과 자기 확신 때문이다. 자기편은 무조건 옳고 내편은 무슨 잘못도 용서된다. 대신 국민들을 계속 가르치려 든다. 예를 들어 ‘집은 사는 곳’이라고 생각을 주입한다. 평생 임대주택 살아도 좋은 사람이 있고, 작지만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다. 각자의 욕구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걸 망각하고 ‘아파트 환상을 버려라’, ‘강남 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자기들은 다 가져놓고선.”

     

    이런 비판에서 국민의힘은 자유로울까.
    “국민의힘도 청년 정책에서 잘한 게 별로 없다. 이번 선거의 20대 표심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아니라 정권을 향한 절규였다. ‘우리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여야 할 것 없이 586은 이제 기득권이다. 정치가 할 일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출발선상에 있는 청년들이 공정하게 뛸 수 있도록 경기장을 만드는 일이다.”

     
    에드먼드 버크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는 그 자체로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일종의 성향과 태도에 가깝다. 전통과 가치를 중시하며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게 보수라면, 빠른 개혁으로 기득권을 타파하고 사회 혁신을 일으키는 게 진보다(『프랑스 혁명의 고찰』). 그래서 진보는 기성세대에 대항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온 청년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20대가 야당 후보를 찍었다고 그들이 생각이 없거나 바보가 아니란 이야기다.
     
    여당의 30대 초선인 장경태 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기성세대가 가진 기득권이 청년들에게 높은 장벽이 되지 않도록 개혁하는 게 진짜 진보”라고 말했다. 정의를 실천하려면 듣기 좋게 포장된 말만 앞세워선 안 된다. 정확한 실태 진단과 합리적 대안 실행을 통해 그 결과로서 얻어지는 게 정의다. 그 물음을 던진 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온 20대 표심이었다.  
     

    존 롤스

    존 롤스

    존 롤스(1921~2002)
     
    미국 하버드대 교수로 사회계약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정의론’이 유명하다. 이전까지는 윤리학에서 주로 논의돼 온 ‘정의’의 개념을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으로 논쟁의 장을 넓혔다.
     

    데이비드 이스턴

    데이비드 이스턴

    데이비드 이스턴(1917~2014)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정치를 투입과 산출의 과정으로 봤다. 투입은 국내외적 요구와 국민의 지지, 산출은 정부의 성패다. 정치를 투입·전환·산출·환류의 과정으로 도식화 했다.
     

    에드먼드 버크

    에드먼드 버크

    에드먼드 버크(1729~1797)
     
    프랑스혁명 같은 급진적 개혁을 반대하고 점진적 개선을 중시하는 영국식 의회정치를 지지했다. 미국 독립을 찬성했지만 『상식』으로 체제전복에 불을 지핀 토마스 페인과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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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후 5시 30분 중앙일보 유튜브 ‘윤석만의 뉴스뻥 Live’에서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청년·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허실을 깊이있게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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