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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탕과 페라가모 공방을 중계하는 건 쉽다. 정책과 공약을 검증해 비교평가하는 일은 시간과 품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 선거법이 언론의 이런 당연한 수고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핑계나 구실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묻게 된다.

    ㅣ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한국 언론의 선거보도가 공정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공직선거법은 언론기관에 선거 관련 보도와 논평을 공정하게 할 의무를 부과(제8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그리고 선거를 마친 후 일정 기간 동안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언론사의 선거보도를 심의하는 위원회 세 곳을 설치·운영한다. 신문보도를 심의하는 곳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다.
    지난 5일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심의위)는 <한겨레>의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 정책 비교, 평가 기사(3월30일치)에 ‘주의’ 조치를 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는 ‘2021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미디어감시연대’가 선정한 좋은 보도 중 하나였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왔을까?
    선거법에 있는 ‘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결과의 공표제한’ 규정(제108조의3)을 위반했다는 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언론기관은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에 관해 비교평가하고 그 평가를 공표할 수는 있지만 1)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평가단을 구성·운영해서는 안 되고 2) 후보자별로 점수를 부여하거나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언론기관이 비교평가결과를 공표할 때는 평가주체, 평가단 구성·운영, 평가지표·기준·방법 등 평가의 신뢰성·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이 선거기사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제7호에도 있다.
    취지는 알겠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평가단을 구성·운영해서는 안 된다. 지당한 말이지만 유불리 여부를 심의위가 전자저울에 올려 무게 재듯 감별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 100%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평가 결과를 공표할 때 신뢰성·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을 함께 알려야 한다는 부분도 당연하다. 그런데 는 해당 기사 첫머리에 평가주체, 기준, 대상, 참여한 전문가 5명의 이름과 소속을 모두 명시했는데도 주의 조치를 받았다. 심의위는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 모양인데, 어떤 정보가 더 추가되어야 신뢰성·객관성이 입증되는 것일까?
    점수를 부여하거나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누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밝힌다면, 점수를 부여하지 못할 이유란 뭐란 말인가? 가령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체에서, 아니면 반대로 전국철거민연합에서 각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에 90점, 75점, 50점을 줬다는 기사가 나오면 유권자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까? 유권자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닌가? 게다가 “서열화”의 의미도 불분명하다. 해당 기사는 두 후보의 공약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예: 집값 안정)에 부합하는 정도를 ‘대체로 부합(○)’, ‘일부 부합(△)’, ‘상충(×)’, ‘파악 어려움(?)’으로 나눠 표기했다. 필자는 항목별 적합성 정도를 표기한 내용으로 읽었는데, 심의위는 ‘후보자별로 서열화한’ 방식으로 판단했다.
    심의위 회의 결정문에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심의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게다. 필자의 판단과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추상적 원칙으로는 합당할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누가 언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엇갈리는 결과를 낳는 규정이 아닌지, 더 나아가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정은 아닌지 묻고 싶다.
    생태탕과 페라가모 공방을 중계하는 건 쉽다. 정책과 공약을 검증해 비교평가하는 일은 시간과 품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 선거법이 언론의 이런 당연한 수고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핑계나 구실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묻게 된다. 정책을 검증하는 보도가 더 많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법과 제도, 사회 분위기도 그걸 더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쪽으로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고, 할 때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정해 놓으면 대개 그 일을 피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도 책잡히지 않을 ‘안전한’ 기사만 유권자들이 바랄 것 같진 않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언론이 제공해야 할 선거기사는 허울뿐인 객관보도가 아니라 판단의 주체·기준·근거 등을 투명하게 밝힌 다양한 평가보도라 믿는다. 유권자들은 충분히 똑똑하다. 너무 걱정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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