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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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갈라치면 이탈리아말로 잔뜩 적힌 요리 이름과 그 재료들을 보고 기가 죽는다. 제대로 선택을 해보려고 직원에게 물어보면 설명을 하는 사람도 난감하다. 손님이 본 적도 없는 재료를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10분씩 메뉴 설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다 보니 토마토소스 해산물 스파게티를 선택하게 된다.
     

    레스토랑서 메뉴 선택 고심
    퇴직연금수익률도 같은 상황
    잘 디자인된 디폴트옵션 필요
    생애자산 배분에 적격한 상품

    식당 메뉴 문제는 퇴직연금 수익률과 유사점이 많다. 퇴직연금 수익률의 초점은 확정기여형(DC)에 있다.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은 각 기업의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반면 확정기여형은 근로자의 자산운용 능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을 위해 확정기여형은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금융상품 메뉴도 많고 금융기관은 이를 꼼꼼히 설명하기도 만만치가 않다.
     
    금융상품 중에서 투자상품은 상품 개념 설명과 내재된 위험을 고지해주어야 한다. 가끔 세계경제를 설명하거나 산업전망도 곁들여야 한다. 환 헤지와 환 헤지 하지 않은 차이를 설명하려면 경제원론이 동원되어야 한다. 반면에, 원리금 보장상품은 설명하기 편하고 듣는 사람은 높은 금리만 찾으면 된다. 이러다 보면 금융회사나 근로자 모두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기울게 된다. 해산물 스파게티에 해당하는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하는 격이다. 문제는 원리금보장상품 선택이 퇴직연금수익률이 낮은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20년에 주가가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고 이에 따라 퇴직연금 실적배당상품의 수익률은 2019년 7.6%에 이어 13.2%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확정기여형 수익률은 2.8%(2019년), 3.5%(2020년)에 머물렀다. 이는 확정기여형에서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이 무려 83%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2019년과 2020년 이들 수익률이 1.9%와 1.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설명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을 선택한 데 대한 대가가 크다. 셰프의 기술을 총동원한 요리를 못 먹어보는 셈이다.
     

    은퇴와 투자 4/16

    은퇴와 투자 4/16

    실적배당상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적배당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높지만 근로자가 선택한 투자상품에 따라 근로자 개인의 수익률 차이는 크다. 수익률 평균값에만 매몰되다 보면 개별 근로자의 수익률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투자대상 펀드들이 다양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원리금 보장상품은 개인간 수익률 차이는 거의 없으나 평균수익률이 낮은 게 문제라면, 실적배당상품은 평균수익률이 높지만 개인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클 수 있다. 낮은 성과를 보이는 근로자가 없게 해야 한다. 간단하고, 표준화되고, 잘 분산된, 그리고 신뢰할만한 적격 투자상품이 필요한 이유다.
     
    원리금 보장상품을 택하면 수익률이 낮고, 실적배당상품을 택하면 전체 수익률은 높지만 개인의 자산운용에 따라 원리금 보장상품보다 더 낮은 성과를 보이는 근로자가 나올 수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제도를 잘 디자인하는 것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하지 아니한 경우 사전 지정한 적격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것을 말한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추천 메뉴, 시그너처 메뉴, 베스트 상품을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폴트옵션 제도에는 투자 손실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면제 등이 이슈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 실정이 가미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적격 디폴트상품을 만들고, 여기에는 퇴직연금에 적합한 조건을 만족하는 엄선된 투자상품을 등록할 수 있게 한다. TDF(Target Date Fund), 주식과 채권 혼합형이 대표적이다. 이들 여러 개의 투자상품에서 노사합의로 상품을 추천하여 근로자가 이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30년 이상 초장기로 생애자산배분에 맞게 운용해야 하는 적격 디폴트상품에 단기 원리금 보장상품은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싫어해서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근로자는 적격 디폴트에서 택하지 않고 따로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높이려면, 단기적 편의성보다는 상품간 장기 수익률 차이, 투자상품의 다양성과 근로자 개인간의 수익률 격차 문제, 그리고 근로자의 생애 자산 배분이라는 퇴직연금의 본질을 감안해서 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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