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67) 사랑이 어떻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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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자효 시인

    사랑이 어떻더니
    이명한(1595∼1645)
    사랑이 어떻더니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짜르더냐 발이더냐 자이더냐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라
    – 병와가곡집


    변하지 않는 가치
     
    조선의 사대부 백주(白洲) 이명한(李明漢)이 사랑의 모양에 대해 묻고 있다. 둥글더냐? 모가 나더냐? 길더냐? 짧더냐? 몇 발이더냐? 몇 자더냐? 그에 대한 대답. 그렇게 긴 줄은 모르겠는데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한다.
     
    이토록 재치 있는 사랑의 시를 남긴 이명한의 벼슬길은 화려했다. 그러나 광해군 때 서모 인목대비를 폐하는데 불참해 파직되었고, 병자호란 때는 항전을 주장해 청나라 심양까지 끌려가 사경을 헤매기도 한 강골이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태봉리에 ‘연안 이씨 삼세비’가 있다. 아버지 이정구, 아들 이명한, 손자 이일상은 모두 대제학을 지낸 인물들이다. 연안 이씨 가문의 대단한 명예가 아닐 수 없다.
     
    백주의 사람됨을 말해주는 일화 하나. 난리에 적의 추격이 다급해지자 어머니를 업고 강화도로 가는 나루로 갔다. 잘 알고 지내던 선비가 자신의 식솔들을 데리고 강어귀에서 막 배를 타고 떠나려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은 죽어도 좋으니 노모를 모시고 가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훗날 친척들이 그가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 사람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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