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생활건축] 서울시청 시장실이 원래 유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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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서울 광장 옆에는 서울 시민에게 이제는 익숙한 서울 시청 건물 두 채가 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경성부 청사였던 옛 건물과 2012년에 완공된 신청사. 서울의 근·현대를 관통한 옛 건물만큼 내년이면 10년 차가 되는 새 건물의 사연도 깊다. 준공 이후 ‘최악의 한국 현대 건축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건물은 당시 ‘턴키’(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한번에 수주하는 방식) 계약으로 발주해 건축가가 기본 설계만 하고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될 때까지 관여를 못한 채 지어졌다. 공사 도면도 다른 설계사무소가 그렸다. 공사가 점점 산으로 가자, 건물을 설계한 유걸 건축가(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고문)가 서울시와 시공사에 편지를 보내 “설계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화제가 됐다. 공공건축물 발주 시스템을 돌아보는 첫 계기가 됐으며, 이후 서울시는 턴키 제도를 폐지했다.
     

    서울시청 구청사와 신청사의 모습. [뉴스1]

    서울시청 구청사와 신청사의 모습. [뉴스1]

    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구술한 『유걸 구술집』이 최근 나와서다. 한국 근·현대 건축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하고 있는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일환이다.
     
    신청사는 원래 투명한,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 지금은 불투명하지만, 외관의 유리부터 투명하게 계획됐다. 유리 로비 너머 사무실 공간이 있는 부분은 원래 세 덩어리로 나누어서 중간중간 빛이 들어가게 했는데 모두 이어 붙여졌다. 건물을 고층으로 올리는 대신 수평으로 눕히고 내부가 답답하지 않게 한 조치인데, 결과적으로 모두 막혀 동선만 복잡해졌다. 건물의 꼭대기 부분에 떠 있는 동그란 볼 3개는 시민을 위한 다목적 홀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 시민을 위한 공간을 뒀다. 가는 길이 다 공개되게 디자인했다. 건축가는 “사무실을 막을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정말 마음대로 접근하는 곳, 그걸 만드는 게 제일 큰 목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접근하기 다소 어렵다.
     
    심지어 6층 시장실도 유리로 만들려고 했다. 시장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말이다. 유걸 건축가는 “상당히 깊이 의논해서 안전문제로 유리를 강화유리로 쓰자는 안까지 나왔는데 후에 그것이 막히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비밀스러운 시장실이 됐다”고 소회했다.
     
    이 비밀스러운 시장실에는 침실이 있었고, 오세훈 시장이 침대를 철거하면서 사라졌다. 건물도 생물 같아서 쓰는 사람에 따라 쓰임새가 바뀌고 변한다. 당초 유걸 건축가는 서울시청 광장이 명동과 이어지도록 지하도로 이어지게 디자인했지만, 이 역시 구현되지 못했다. 미완의 광장인 셈이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청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다만 “이게 한국 건축의 현실”이라는 건축가의 자조가 더는 나오지 않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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