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기관에도 여성이사 법적 의무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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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 의무화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년 반에 걸쳐 국회 심의를 거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중 하나는 이 법을 공공기관도 도입하지 않았는데 민간이 왜 먼저 시작하느냐는 것이었다.
     

    민간 기업만 의무화, 공공은 빠져
    다양성 갖춰야 기업가치도 상승

    그 질문에는 공공분야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정부 관계자에게 법 개정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 관계자는 자신 있게 “공공분야는 법이 필요 없다. 이미 지침이나 평가요소에 반영해 시행하고 있고, 양성평등 계획에 맞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필자가 평소 파악하고 있는 여성임원 진출의 어려움과는 전혀 다른 취지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실상은 어떨까.
     
    지난 3월 2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여성가족부의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여성 임원은 22.1%로 꽤 많은 듯하다. 참고로 민간 기업은 약 4% 수준이다. 그러나 비상근을 제외하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 상근 여성 임원에 관한 정부 통계는 어느 순간부터 발표조차 하지 않아 찾기도 어려웠다. 2019년 한 신문이 국가경영연구원과 공동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여성 임원 수를 전수 조사해 보도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361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임직원 37만3160명 중 남성 상임 임원은 521명이었지만 여성은 32명뿐이었다. 전체의 5.8%에 불과한 숫자다. 더욱이 여성 상임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공공기관이 46%(165곳)로 거의 절반이나 됐다.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의 목표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비상임 여성 이사 한 사람만 선임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과 형평성이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주도록 순환 구조를 만들고, 능력 있는 여성들의 경영 참여 확대와 연계되는 것이 진정한 목표다. 세계여성이사협회가 지난해 개최한 창립 4주년 포럼에서 경제개혁연구소장을 맡은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이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 이사 의무화제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임원이 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공기업 여성 간부들도 “근무할 때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데 임원 승진할 때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고 토로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공공기관 여성임원 확대를 위해 향후 정부에서 통계를 발표할 경우 상근과 비상근을 분리해 발표하고, 여성이사 30% 의무화를 도입하는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지침은 얼마든지 정부의 방향에 따라 바뀔 수가 있고, 법과 지침은 영향력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 왜 공공분야만 법 개정이 필요 없다고 하고 시도조차 안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이사회의 다양성 제도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후진적이다.
     
    민간 기업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으니 공공분야도 함께 보조를 맞춘다면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양성 확보는 기업의 조직문화 변화를 변화시켜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점이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캐나다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서 주장한 것처럼 변화의 핵심에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화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이 있다. 공공기관 여성 이사 30% 의무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위한 티핑 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21대 국회에서 법이 꼭 개정돼야 한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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