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편’은 ‘다양함’의 존중으로 / 권희정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최근 게시물 게시판 뉴스이슈 이제 ‘보편’은 ‘다양함’의 존중으로 / 권희정 : 왜냐면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 미사를 집전 중인 염수정 추기경. 사진공동취재단

    | 권희정 <미혼모의 탄생> 저자·인류학 박사

    최근 에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비혼과 사실혼은 보편가치가 아니며 가족 범위 확대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실은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기자의 예상대로 그 기사는 의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리스트’에 올랐고 각종 에스엔에스에서 회자되었다. 필자 역시 이 “논란적” 주장에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우선 이미 보편적 가치와 절대 진리에 대한 의문과 도전이 있었던 20세기가 지나고 다양성과 다원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인본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21세기에 “보편가치”라는 단어를 보니 매우 생경했다. 그리고 만약 보편가치가 있다면 그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해야 할 종교인인 신부님께서 오히려 보편의 이름으로 그들을 차별하는 목소리를 앞장서 내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속세를 멀리하고 신을 섬기는 일이 직업이라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으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늘날 가족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이미 수없이 보도된 바와 같이 서구의 혼외 출산율은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0.7%이다. 프랑스, 영국 등은 평균을 상회했으며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도 각각 55.9%와 47.3%이다. 오이시디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1970년대 이후 혼외 출산율이 평균 25% 증가했다고 하니 서구에서도 혼외 출산은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보편적인 출산에 대한 서구의 반응은 이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들도 결혼한 부부와 똑같이 양육보조금, 의료보험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영역으로 적극 끌어들여 보편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가구는 얼마나 ‘보편적’일까? 우리가 정상가족의 표본으로 생각하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의 비율은 놀랍게도 그다지 높지 않다. 2000년대 이전 50%를 약간 상회한 정도였고 이후 계속 감소하다 2019년 30% 이하로 떨어졌다. 오히려 1인 가구가 30%를 상회하고 나머지는 한부모, 조손, 비혈연 등 다양한 가구들이 차지한다. 부모와 자녀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4인 가족의 모습은 사실 드라마나 광고에서 너무 많이 재현되어 그것이 마치 보편인 양 착각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실제 사는 모습은 이제 너무도 다양하여 차라리 보편은 다양함이라 말해야 옳을 것이다.
    가족은 늘 새롭게 정의되어왔다. 1961년 ‘한국 가족의 갈등과 그 요인’이란 글은 “계모나 서모(첩)는 남의 자식도 성의껏 양육하면 인간은 누구나 감득하니 자신들의 자녀와 적자녀를 차별하지 말고 잘 키워 원만한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이때는 아버지의 첩까지 가족이었다. 과거 모든 형제가 한집에 모여 살던 대가족이 보편이었다면 1962년 대가족은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민법 개정의 대상이 되어 장남 이하 모든 자식을 의무적으로 분가시키도록 했다. 또한 새마을운동을 통해 부부 중심 가족의 핵가족을 이상화한 결과 가구당 평균 인원은 1970년대 5.2명에서 2019년 2.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렇듯 가족이란 범주는 고정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이제 우리는 가족의 현실에 맞추어 가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다양한 가족은 현실이고 정상가족은 상상이다. 건강한 가족은 정상의 범주로 개인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범주 밖의 개인들을 포함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Source link

    신고하기
  • 답변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