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코로나 1년, 앞으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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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뉴욕의 지난해 4월은 잔인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4월 16일 하루에만 3215명이었다. 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구급차 소리가 자주 잠을 깨웠다. 필자가 잠시 머물던 아파트에는 영결식 안내문이 붙었지만, 여전히 동양인 외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드물었다.
     

    미국은 코로나 비극에서 회복 중
    한국은 국민 협조로 대응 잘했으나
    백신 접종 늦고 미래 불확실해져
    초심으로 방역과 경제회복 힘써야

    인구 2000만인 뉴욕주에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200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5만2000명에 달했다. 아직도 하루 평균 확진자가 4000명이고 50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거리에 사람이 넘치고 식당 수용인원을 정원의 50%로 늘렸고 영업시간도 자정으로 늘렸다. 주민의 45%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고, 32%는 2회 모두 접종했다(미국 전체로는 1회 이상 접종 42%, 2회 접종 29%).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곧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넘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백신 접종에 힘입어 미국경제가 올해 6.4% 성장률로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최근에 하루 확진자가 700명 대로 늘었지만, 지금까지 총 확진자가 12만 명이고 사망자 합계가 1820명이니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은 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을 이미 경험해서 이번에 신속한 검사, 공격적인 감염자 동선 추적과 자가격리로 전면적인 봉쇄 조치 없이도 확진자와 사망자를 최소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는 언급이 많다.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격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대만, 뉴질랜드, 호주처럼 실질적인 섬 국가여서 국경 봉쇄와 통제가 쉬웠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쌓아 온 우수한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12.3으로 미국의 2.8보다 훨씬 많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국민건강보험을 갖고 있고, 아플 때 병원에 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미국은 의료보험이 없는 시민이 많고 보험이 있어도 본인 부담이 커서 병원 가기를 꺼린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입원 및 치료 비용이 평균 6만 달러(약 6700만원) 정도이고 이 중에 절반가량을 본인이 부담한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본인 부담이 거의 없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 보편적인 건강보험 제도를 구축했다.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적인 의료보험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이후 계속 대상을 확대하여 1989년에 모든 국민을 포함하는 보편적인 의료보험제도를 완성했다. 2000년에는 수백 개의 조합을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하여 단일보험자 체계를 갖추었다. 보수, 진보의 정부를 이어 오면서 경제 발전과 국민의 사회 보장 요구에 맞추어 제도를 구축했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방역의 긍정적 성과와 달리 백신 확보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신 확보 물량과 도입 시기가 발표마다 자주 달라지고 정확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여러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국민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지난 한 주만 해도 한·미 백신 스와프 추진,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검토, ‘백신 개발국의 자국우선주의 비난’ 등 좌충우돌했다. 다행히 화이자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여 6월 말까지 인구의 23%를 1차 접종하고(2차 접종은 7%), 하반기에 속도를 내서 11월 말까지 인구 70%를 접종하여 ‘집단 면역’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국민은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언제 마스크를 벗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의 성과를 내세워 많은 정치적인 이득을 얻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첫 주에 대통령 지지율(직무수행 긍정 평가)이 71%였고, 응답자의 85%가 코로나19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에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대통령 지지율을 높게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49%로 ‘잘하고 있다’는 43%를 넘어서면서 긍정·부정률이 역전되고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낮아졌다. 앞으로도 코로나19 대응이 국민의 지지를 좌우할 것이다.
     
    100년 만의 팬데믹으로 우리 국민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K-방역’의 환상에서 벗어나 방역과 백신 대책을 재검토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거 여러 정부가 건강보험체계를 만들고 계속 보완했듯이 몇십 년 후에도 평가받을 수 있는 우수한 방역 체계를 세우고 국내 백신을 개발하고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 동안 백신 접종과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세우고 장단기 전략을 직접 챙겨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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