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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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지난 26일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관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열었다. 한 기자가 “최근 인도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어느 한 시점에라도 인도 정부가 미국이 보유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는가”를 물었다.  
     
    “백신을 요청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최악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인도가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한 직후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을 외국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그중 2000만 회분을 가져간다. 백신을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얻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 행보는 정반대다. ‘백신 스와프(필요할 때 빌려 쓰고 나중에 갚는 교환 방식)’를 미국에 제안했다가 신통치 않은 반응이 돌아왔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논리로 설득했지만, 미국은 공감 못 하는 듯하다. 미국 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밝혔다. 그로부터 닷새 뒤 미국은 비축 백신을 풀기로 했다.
     

    글로벌 아이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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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한 달 넘게 논쟁을 벌이다가 최고위층에서 급작스럽게 내린 결정으로 알려진다. 백악관은 백신 풀기에 반대하고, 국무부와 보건복지부, 국제개발처(USAID)는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팬데믹 종식과 변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백신을 외국과 나눠야 한다는 국무부 등의 제안을 백악관 고위층이 여러 차례 퇴짜를 놓았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코로나19를 잡지 못해 정권을 내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실패를 생생하게 목격한 바이든 정부다. 시신이 쌓여가던 지난해 이맘때의 뉴욕, 가운 대신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쓴 의료진 모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다음 선거 승패를 결정할 부동층 가운데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다. 백신 해외 지원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국제무대 리더로 복귀를 꿈꾸면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느끼고 싶어하는 유권자를 놓칠 수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대내외 압박에도 버티던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인도에서 하루 37만 명이 확진되자 결단을 내렸다. 미국에서 백신 구하기는 고차 방정식이다. 단순히 백신 개발국의 이기심이나 강대국의 사재기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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