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이건희 컬렉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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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is topic has 0개 답변, 1명 참여, and was last updated 2021-06-26/08:27 by 블로거.
  • 김현예 P팀 기자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33세 때였다. 그는 이렇게 썼다. ‘선친이 거처하던 사랑방엔 평상시 당신이 아끼던 필묵이 담긴 문갑이 여러 개 있었다. 찾아오는 묵객이라도 있으면 그 문구로 시 문답을 했다. 선친은 그것을 병풍으로 꾸미거나 문갑에 붙이거나 하였다. 그러한 선친의 조용한 뒷모습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중략) 이런 환경이 나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서(書)나 도자기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다.’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의 이야기다. 그는 국보·보물 50점을 포함한 미술품 2000여점을 일평생 수집했다. 일본에 밀반출된 표형주자(瓢形注子)를 파격적인 거금을 들여 사들이기도 했는데, 『호암자전』엔 그에 대해 애정을 담아 이렇게 적었다. ‘고려조 권신 최충헌의 손자인 최항의 강화도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일본에선 100만 달러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고려청자는 송나라 자기와 동시대 것이지만 제조방법은 다르다. 북송 자기는 섭씨 800도로 구웠으나 고려자기는 1200도의 고온으로 처리했다. 고려자기의 일품은 5000개나 1만개 중에서 1개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것이다.’
     
    호암은 자신이 모은 미술품으로 1982년 호암미술관을 열었다. 생을 마감하기 5년 전이다. 미술관 설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0세가 될 무렵부터 컬렉션을 어떻게 후세에 남길 것인가를 이리저리 생각해왔다. 비록 개인의 소장품이라고 하나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삼성가(家)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기증한다. 호암의 뒤를 이은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컬렉션이다.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이중섭의 ‘황소’ 등이 포함됐다. 세계적인 화가인 고흐와 고갱·모네·피카소 작품도 기증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뉴스를 접하고 『호암자전』을 다시 펼쳐 들었다. 호암의 서문이 이번엔 다시 읽힌다.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삼성을 축으로 하는 사업 전개에 몰두하였다. 물론 그 도정은 역사의 파동과 무관할 수 없었다. 어떤 때는 사업만 앞세운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고, 또한 어떤 때는 심혈이 맺힌 기업이나 자본을 단장의 심정으로 내놓아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사회의 곡해는 한 개인에게는 때로 과중하였다.’
     
    김현예 P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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