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중경삼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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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성운 문화팀 기자

    올해 재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은 1994년 홍콩이 배경이다.
     
    흔히 마마스 앤 파파스가 부른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멜로디를 떠올리거나 양조위·임청하·금성무 등 화려한 캐스팅과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지만, 영화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이 시기는 99년간의 영국 통치가 막을 내리고 중국으로의 반환이 다가오면서 홍콩의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한 때였다. 영화는 다양한 코드로써 홍콩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려낸다.
     

    역지사지 5/5

    역지사지 5/5

    여자친구와 이별한 경찰관 하지무(금성무)가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면서 이날까지 예전 관계로 복원되기를 바란다거나, 이전에 알고 지내던 일본과 한국 여성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 옛 추억을 회상하며 횡설수설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금발 가발을 쓴 채 언제 비가 올지 모른다며 늘 레인코트를 입는 마약 밀매상(임청하)도 영국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인도인을 고용해 마약을 유통하려다가 일이 꼬이자, 홍콩을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한다.
     
    이런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은 홍콩 옥죄기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홍콩 내 반중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3월에는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는 ‘애국자’만 홍콩을 다스릴 수 있게 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어쩌면 이 작품의 명대사인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의 실제 대상은 여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유? 민주주의? 영국? 또는 1990년대 지금 이대로의 홍콩은 아니었을까.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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