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오프라인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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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is topic has 0개 답변, 1명 참여, and was last updated 2021-06-04/01:23 by hydra.
  • 최지영 경제산업부디렉터

    뭘 만들어도 사람이 안 모인다는 서울 여의도에, 석 달 전 현대백화점이 만든 ‘더 현대 서울’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아, 넓은 핫 플레이스 한 곳 더 생겼구나”는 느낌 정도였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에 주말 차량 2부제를 하고, 식당 대기 번호가 200번을 훌쩍 넘어간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란 타이틀에서 오는 호기심 방문이거나, 소위 ‘오픈 빨’ 이겠거니 했다. “코로나19 로 우울해진 소비자들의 펜트 업(pent-up) 소비(보복 소비 또는 보상 소비)가 진짜 본격화했나 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현대 서울’ 1호 매장 대거 유치
    지하 2층은 MZ세대 ‘놀이터’
    온라인 속 오프라인 생존하려면
    판매 아닌 체험으로 가치 전달을

    석 달 만에 그런 생각이 확 바뀌었다. 현대백화점과 경쟁하는 유통업체 말고도, 만나는 국내 기업 관계자마다 “오프라인 생존법을 배우러 이곳에 가본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곳”이라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만난 식품 기업 관계자는 “보수적인 걸로 알려진 현대백화점 기업 문화로는 가능하지 않을 법한 혁신적인 콘텐트를 꽉꽉 채워 넣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신기해하는 것은 12m 높이에 달하는 실내 인공폭포도, 3300㎡(약 100평)에 달하는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도 아니다. 전체 영업 면적의 절반 정도인 4만여평을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일쯤은 유명 글로벌 디자인 전문회사 9곳에 의뢰하고, 영업 면적을 포기하면 되는 일이다.
     
    확연히 달라진 점은 백화점을 채운 ‘1호 매장’들이다. 소위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로 불리는 ‘글로벌 명품 3대장’ 없이도 더 현대 서울엔 2030들이 가득하다. 특히 지하2층이 MZ세대의 놀이터다. 다른 쇼핑몰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냐고 할만한 매장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 콜렉션’과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가 만든 ‘BGZT 랩’ 등이 대표적이다. 한 소비재 기업 관계자는 “온라인 변신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요즘 같은 시대에 오프라인의 성공으로 떴다는 것이 의외”라고 평가했다.
     

    서소문 포럼 5/6

    서소문 포럼 5/6

    현대백화점 측은 “궁하니 통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연 오프라인 백화점이다 보니 칼을 갈고 준비했다. 기존에 없던 백화점을 만들려면 기존에 없던 브랜드를 입점시켜야 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가 “지하 2층은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만 채우라”고 한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도대체 왜 백화점에 중고품을 파는 가게를 들여놔야 하냐고 할 법한 고위층이 딴지 걸지 않고, 각 팀의 막내들인 입사 1~3년차 바이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준 결과다. 오픈 빨이 약간 빠지긴 했어도 더 현대 서울은 첫 1년간 목표했던 6300억원 매출을 너끈히 넘겨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온라인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오프라인에 공을 들이는 기업들이 국내외에 꽤 있다. 임대료에 인건비에 창고 비용까지, 온·오프 병행에 따른 부담이 꽤 크긴 하지만, 클릭과 스크롤링만으론 전달할 수 없는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이미 스타트업 사이즈는 한참 넘었다) 올버즈는 온라인 판매도 강화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새로 열고 있다. 그중 한 곳은 지난달 중순 서울 가로수길에 오픈한 올버즈 아시아 최대 크기 매장이다. 인테리어는 신발의 특징을 반영해 친환경을 강조했다. 다양한 모델과 사이즈를 모조리 직접 신어볼 수 있게 수많은 신발 박스를 책꽂이처럼 전면에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고객이 제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공동 창업자 조위 즈윌링거의 말을 현실화했다.
     
    글로벌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마크 슈멀릭 애널리스트는 “몇 세대에 걸쳐 근육 속에 기억된 쇼핑객의 쇼핑 습관은 하룻밤에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3월호 ‘쇼핑의 미래’ 특집). 본업을 잘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의외로 오래 갈 거란 전망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 일부 다시 돌아올 고객을 잡아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객은 같은 매장, 뻔한 매장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오프라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못 맞추는 오프라인만 사라질 뿐이다.
     
    최지영 경제산업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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