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프로파간다를 파는 공영방송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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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우리 저널리즘에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그의 행위가 언론 활동인가 프로파간다(선전)인가 묻고 있다. 그동안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가 되곤 했지만, 전체주의 사회와 직결된 언론의 프로파간다 논쟁은 생소하다. 친정권 쪽에선 “진실을 말하는 천재”라며 아부와 예찬을 쏟아낸다. 진중권씨는 ‘프로파간다 머신’이라고 대놓고 비판하고, 34만여 명이 ‘김어준 퇴출’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며 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어준 뉴스공장’의 편향성 논란
    ‘정파적 공영방송’ 신조어 만들어
    참과 거짓 희롱하는 프로파간다
    다른 공영방송 전염될까 두렵다

    미디어는 거울이 아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뉴스는 가공된 현실(reality)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이슈 중 일부를 선택해 아젠다(의제)를 만들고 프레임(틀)을 씌운다. 그리고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 대중에게 제시한다. 저널리즘에서 ‘현실의 재구성’이라고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생산하는 재구성된 현실은 정파적이다. 노골적인 편향 전략이 높은 청취율의 비결이다. 여당에선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렵다”고 할 정도로 의지한다. 집권 세력의 구미에 맞게 마사지한 현실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등장으로 김어준 퇴출론이 나오자 뉴스공장을 감쌌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된다. 보수언론에도 편향성과 잘못된 사실이 많기 때문에 균형 있게 가야 한다.” 보수에 맞선 진보적 편향은 괜찮다는 색다른 발상이다.
     
    1940년대 프로파간다의 대부였던 괴벨스를 불러오자. 히틀러의 선전장관이던 괴벨스는 언론을 ‘나치의 피아노’라고 강변했다. 나치 정권이 원하는 곡을 연주하는 것, 즉 프로파간다가 언론의 유일한 존재 이유라고 봤다. 라디오는 프로파간다의 도구였다. 그 라디오는 ‘괴벨스의 주둥이’라고 불렸다.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했다. 그의 프로파간다는 거짓을 지어내 대중의 증오를 자극하고,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눠 상대를 악마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프로파간다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만들기 위해 위협적이고 악마적인 적(敵)을 생성하고 그것을 전쟁의 목적과 결부시킨다”(라스웰). 그 증오에 불을 붙이는 도구가 미디어다. 그런 미디어에 팩트(사실)와 진실은 없다. 프로파간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조작과 왜곡을 가리지 않는다. 허구와 거짓을 교묘하게 조합해 왜곡된 현실을 창조하며 여론을 호도한다.
     
    김어준은 진실을 확인하기 힘든 음모론을 퍼뜨리며 팬덤을 구축해왔다. 보수 정권 시절 천안함 좌초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선거의 개표조작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지어냈다. 개인적 미디어인 팟캐스트나 유튜브의 주장이기에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공공재인 TBS 방송망을 태운 음모론은 차원이 다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생태탕’ ‘페라가모 신발’이란 음모론으로 희화한 것은 대표적이다. ‘미투 공작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부정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배후설’도 있었다. 이런 음모론의 근거는 “냄새가 난다”는 그의 후각이 실체의 전부다. 팩트와 증거가 없이 상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수법이다. 장자연 사건, 조국 딸 표창장 위조 사건,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등 정권의 유불리를 따지는 사건에는 어김없이 개입했다. 특정인을 출연시켜 ‘착한 우리’를 괴롭히는 ‘나쁜 그들’을 대비시키는 프로파간다 방식이 동원됐다.
     
    신문·방송·인터넷 등 미디어는 코로나 백신처럼 특정 이슈에 있어 대중에게 자신들이 만든 각기 다른 현실을 내놓고 경쟁을 펼친다. 이렇게 재구성된 현실은 매체의 이념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정파적 색채를 띨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실한 백신 전략을 무능 탓으로 볼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탓으로 볼지 엇갈리는 식이다. 그래도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팩트의 검증, 불편부당, 사적 편견을 배제하는 균형성이라는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다.
     
    TBS는 공영방송이다. 일 년 예산의 73%가 시민 세금에서 나온다. 김어준의 총출연료가 22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세금으로 낸 내 돈이 프로파간다를 팔아준 대가로 지급되고 있다. ‘공영이지만 정파적 방송’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율배반적 신조어가 성립된다. 가짜뉴스(fake news),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탈진실(post-truth)이란 개념이 혼란스런 마당에 프로파간다와 똑같은 ‘편파 저널리즘’까지 등장한 셈이다.
     
    프로파간다는 위험하다. 진실을 가짜뉴스로 몰고, ‘냄새’를 진실로 둔갑시켜 만든 오염된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 미디어와 뉴스가 정치화에 종속되는 것이다. 정파적 공영방송을 떠받드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전체주의적 지배의 이상적 주체는 확신에 찬 나치나 헌신적인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참과 거짓을 더는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참과 거짓을 희롱하는 게 프로파간다의 본질이다. 거대 공영방송까지 전염될까 두렵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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