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의 함께 다르게] 몰인격 사회와 인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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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코로나19의 상황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아동복지법 제6조에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하며,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를 어린이주간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최근 학대로 사망한 아동 160명
    사이버폭력, 작년 대비 3배 증가
    인성교육 가능한 학교제도 구축
    지능정보 재난 시대에 절박해져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동물의 세계에서도 없을법한 일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며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생후 2개월 딸 던져 중태에 빠트린 아버지, 여행 가방에 감금되어 숨진 아동, 두 자녀 살해한 원주 삼남매 사건, 물고문을 연상케 한 학대 행위로 숨진 10살 조카, 아파트 배전함에서 숨진 영아 발견, 대한민국을 공분하게 만든 ‘정인이’ 양부모 학대 살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작년과 올해 일어난 천륜을 저버린 몰(沒)인격적인 사건들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60명에 이른다. 언어폭력, 따돌림, 성폭력 등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16% 이상으로 작년에 비해 올해 3배로 증가하였다. 국회에서는 지난 1월 8일,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을 개정하여 아동학대 신고가 이루어지면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일명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법 개정이다. 또한 연이은 ‘학폭 논란’을 의식하여 최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학대 및 폭력 행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법의 정비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응징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의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적 분노가 끓어오를 때마다 여론에 이끌려 내놓는 상투적인 대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함께 다르게 5/10

    함께 다르게 5/10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해야 이런 몰인격적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할 수 있을까’이다. 인간이 자신을 절제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이 곧 ‘인성교육’이다. 전통사회에서 인성은 하늘의 명이자 그 복원은 교육의 지향점이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책무이자 자연스러운 삶의 부분이었다. 인성교육은 본래 가정에서는 부모와 소통하면서, 학교에서는 도덕 체험과 친구와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인성이 자신의 삶과 행복에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의 인성교육은 사실 공교육의 본질적 사명이기도 하다.
     
    나름 인성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인성교육진흥법’(2015년)을 만들고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5)’도 마련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누구도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유아교육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대학입시와 학력 경쟁에 매진해야 하는 우리의 교육제도에서는 실질적인 인성교육이 불가능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최우선 관심 대상 역시 자녀의 학업과 성적뿐이고, 언론 매체와 SNS는 매 순간 자극적인 콘텐츠를 노출하며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학력 경쟁이 중심인 지금의 학교제도를 인성 있는 적성교육이 가능하도록 대전환하지 않고는 인성교육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다음을 제안한다. 유아교육과 초등 및 중학교까지를 실질적인 인성교육과 시민적 기초 역량을 배우는 의무 보통교육의 완성으로 하고, 고등학교는 학생 개인의 관심과 진로에 맞추어진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즉 고등학교를 학생 개인이 보통교육에서 산업이나 대학으로 나가는 중개(仲介) 공간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 역시 가정에서 자녀와 소통하며 인성 형성에 커다란 관심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지능정보시대를 앞설 수 있는 학교제도이기도 하다.
     
    인구 절벽과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의 재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에 기록될 대혼란의 시대에 발을 들이고 있다. 혼란스럽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를 지탱해줄 인성의 기둥이 뿌리째 흔들리자,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며 아이들은 학교라는 작은 세상 안에서 그들만의 정글을 만들어 잔인한 싸움을 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대학입학만을 교육의 척도로 삼고 있다가는 인성이 완전히 붕괴된 ‘몰(沒)인격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제도의 재구성은 이 시대의 급구(急救) 사항이다.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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