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마크롱은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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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현 국제외교안보에디터

    20대 대선을 10여 개월 앞두고 마크롱 논쟁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그가 여의도를 강타한 건 2017년 39살의 나이에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60여년간 유지됐던 공화·사회 양당 체제를 깨고 중도실용 노선으로 집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선정국 다시 부상한 제3후보
    토양이 좋다고 꽃이 피진 않아
    국민 아픔 어루만질 후보여야

    마크롱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소환했다.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단일화를 주장했던 그였기에 어리둥절하지만) 임기 말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 제1야당에 경쟁력을 갖춘 대선 후보가 없는 점, 다음 대선의 키를 쥔 20·30세대의 기득권 양당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점 등이 맞물리면서 ‘마크롱 현상’은 또한번 이번 대선의 쟁점이 됐다.
     
    ‘또한번’을 강조하고 싶은 건 실은 이런 현상이 새로운 게 아니어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던 제3지대 후보들이 우리 기억에 남아있지만,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92년 대선부터 이런 현상은 늘 있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박찬종·이인제·정몽준·문국현 전 의원 등.
     
    이들 가운데 반 전 총장은 중도 포기했고 정몽준·안철수 전 의원은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제1야당에 포획됐다. 정주영 전 회장, 박찬종·이인제 전 의원은 온갖 난관을 뚫고 출마했지만 성적은 3~4위였다. 한국형 다당제 민주주의 출현을 기대했던 많은 정치학자들은 탄식했고 ‘대선은 역시 조직과 돈’이라는 말은 여전히 제3지대 후보를 기죽이고 있다.
     
    그럼 이번 대선은 좀 달라질까. 눈여겨볼 징후가 있긴 하다. 최근 주목할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두 개 나왔는데, 지난 4~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39.7%)이 국민의힘(31.5%)을 제치고 ‘절대 지지하고 싶지 않은 정당’ 1위에 올랐다.
     

    서소문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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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치사에서 집권 마지막 해 여당 인기가 떨어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압도적 비호감 1위를 달리던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더 지지하기 싫은 정당이 됐다는 건 일대 사건이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에, ‘민주당 20년 집권론’ 얘기까지 나오던 게 엊그제인데 말이다.
     
    여기에 한국 갤럽의 4월 유권자 정치이념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33%로 치솟았다. 중도층은 제3지대의 토양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26%)이 전혀 늘지 않은 것도 제3지대의 활동공간이 넓어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내로남불 정당’이 더 싫지만 ‘탄핵 정당’도 여전히 싫은 것이라고, 예전엔 노무현이 싫으면 이명박·박근혜, 박근혜가 싫으면 문재인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차악 후보조차 안 보인다고, 그래서 이번 대선에야말로 마크롱 같은 제3후보가 탄생할 절호의 기회란 희망섞인 해석을 내놓았다. 하기야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지만 국민의힘 후보나 정책이 좋아서 찍었다는 유권자가 7%밖에 안 되는 걸 보면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땅이 좋다고 꽃이 핀다는 보장은 없다. 나무가 튼실해야 꽃은 핀다. 제3지대에 마크롱 같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국에도 마크롱이 탄생할 수 있다.
     
    사회당 출신 마크롱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장관으로 임명한 현직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고 앙 마르슈!(전진당!)를 창당할 만큼 권력의지가 강했다. 당시 올랑드는 지지도가 워낙 낮아 재선조차 포기한 상황이었다.
     
    운도 따랐다. 프랑스 양당 정치의 또 다른 축인 공화당 프랑스아 피용의 부패 혐의가 터졌고, 결선투표 상대였던 마리 르펜은 확장성이 떨어지는 극우 정치인이었다. 마크롱은 극우와 극좌의 부상을 우려하는 합리적인 프랑스 유권자의 심리를 파고들었고 친기업·친유로 중도실용 노선을 제시해 결국 프랑스 양당 정치를 무너뜨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한마디로 민심을 동물적으로 읽어낸 ‘정치 머신’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지금 여러 명의 제3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어느 후보는 지지율 1위를 넘나들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 무대에 마크롱 같은 제3후보가 있나. 코로나 19와 집권 여당의 무능과 위선에 지친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후보 말이다.
     
    사족이지만 마크롱의 정치 역정을 두고 그가 인기 없는 집권당을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기치를 높게 든 점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차세현 국제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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