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정상 가족은 없다…가족 다양성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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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라현 경북과학대 보육복지계열 교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제4장 제2절 제24조를 한번 보자. 이 조항에 따르면 체외수정 시술 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는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이하 ‘동의권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의료인이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땅에서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유리씨 출산, 고정 관념 흔들어
    가족 유형 변화에 열린 자세 필요

    그런데 2020년 11월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藤田小百合)씨의 비혼 출산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사회의 가족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사유리씨의 출산·육아 과정을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지난 2일부터 매주 방송 중이다. 사유리씨는 방송에서 “사람들이 나를 비혼모 홍보대사처럼 오해한다”고 말했다.
     
    사유리씨의 출산 관련 자기결정권은 한국 사회의 오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에 대해 정부는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보수적인 종교계와 생명단체에서는 비혼 출산 법제화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생명윤리법과 모자보건법 등을 근거로 여성이 임신할 경우 배우자인 법적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이다.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시민결합(Civil partnership), 생활 동반자 관계(Life partnership), 시민연대계약(Civil solidarity pacts)제도를 통해 주거·사회 서비스 부문에서 비혼 출산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사회학자인 발렌수엘라와 돈 부쉬는 가족주의를 가치·태도·규범의 측면을 포함하는 것으로, 특정한 실체가 없는 복합적 구조물로 정의했다.
     
    한국사회에서 과거보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족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비혼모·비혼부 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뿌리 깊다. 과거에는 대가족 중심, 이성혼, 출산 및 자녀 양육이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 이외에는 비정상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가족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도 최근엔 가족 유형의 변화와 함께 가족의 재구조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핵가족화뿐 아니라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비혼모 또는 비혼부 가족, 동성애 가족, 다문화 가족, 공동체 가족 등이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가족 유형의 변화를 가족의 재구조화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21년~2025년)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추진되며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과 출생통보제 입법을 앞두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임신·출산·낙태·양육의 자기결정권뿐 아니라 ‘사회적 가족’으로서 가족 형태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이런 자기결정권은 여성의 권리이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기존 가치를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
     
    2021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사회는 지금 기존의 가족주의를 진지하게 돌아볼 계기를 맞았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법률혼이나 출산 여부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린 자세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결혼에 대한 태도,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변화에 대한 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서 “다양성이 정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가족의 개념과 정의가 변화하듯 가족을 짜인 각본으로 단정 짓지 말자. 오히려 친밀감을 갖추고, 돌봄에 기반을 두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수정과 보완을 젠더 차원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강라현 경북과학대 보육복지계열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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