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조국’ 사과 없는 문 정권 혹독한 대가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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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경 주필·부사장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재·보궐 선거 참패 뒤 초청한 2030 청년들은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민주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심 이반의 시발점은 ‘조국 사태’였다. 문재인 정권의 공정과 정의가 허위였다는 집단적 각성은 ‘윤석열 현상’을 불렀고, 차기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사과
    광주 5·18 참배로 극우 탈색 시도
    조국 지키려 공정 팽개친 민주당
    반성 없는 재집권 정의롭지 않아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사과했다.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극우 태극기 이미지 탈색을 시작했다. 올해 추모제에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처음으로 공식 초청을 받았다. 광주가 마음을 열었다. ‘무릎 사과’를 한 김종인의 힘이다. 민주당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성 친문 지지층의 공격으로 봉쇄됐다. 이런 정당의 정권 재창출은 정의롭지 않다.
     
    조국은 정권 실세인 586그룹의 핵심이다. 586은 대체로 북한에 포용적이고, 친중(親中)·반미(反美)·반일(反日)이다. 군부독재와 반공보수에 저항했던 공통의 경험과 유대로 하나가 됐다. 조국이 반일 민족주의를 격발하기 위해 죽창가를 소환한 것은 특유의 집단정서를 대변한 것이다. 청년기의 분노와 진보적 세계관은 공동체 전진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386이 586이 됐는데도 사고가 폐쇄회로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한 세기 전 자본주의 성지(聖地) 미국에서는 볼셰비키혁명 이후의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 혁명 10년이 되던 1927년에는 학자·언론인·노동계 인사들이 시찰에 나서 트로츠키와 스탈린을 만났다. 이구동성으로 “소련의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경제논평가인 스튜어트 체이스는 “미국이 자유시장 모델과 결별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모든 실질적인 목적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 3년 전 소련에 다녀온 진보주의자 링컨 스테펀스는 “나는 미래에 다녀왔고 이는 성공적이었다”며 “신세계의 아침을 지켜보며 인생의 황혼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시찰단 멤버들은 워싱턴과 시카고·맨해튼의 사교계에서 환대받았다. 뉴욕타임스에는 거의 매일 소련을 동경하는 기사가 실렸다.
     
    컬럼비아대학의 렉스퍼드 터그웰, 시카고대학의 폴 더글러스 교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영입됐다. 터그웰은 1934년 농림부 차관이 돼 소련의 집단농장을 미국에 이식시켰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잊혀진 사람』 애미티 슐래스)
     
    루스벨트는 대공황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몰락하는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큰 정부와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뉴딜에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좌파인 터그웰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활용했다. 동시에 거부(巨富)인 조셉 케네디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존 F 케네디의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는 20대에 은행장이 됐고, 채권 투자로 큰 돈을 번 인물이다.
     
    여론은 “루스벨트가 여우에게 암탉 우리를 지키게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주식 매매의 편법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적임자라고 확신했다. 기대한 대로 조셉 케네디는 1년반 동안 수백 건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기소를 의뢰했다. ‘투데이’는 “케네디와 SEC의 출범으로 미국의 금융이 법의 지배를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루스벨트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하지만 실은 많이 다르다. 루스벨트는 “밑바닥의 잊힌 사람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주자”며 취약계층을 위한 진보적 국가 개조를 추진했다. 연방대법원의 끝없는 위헌 판결에도 굴하지 않았고, 필사적으로 국민과 소통했다. 전무후무한 4연임을 하면서 대공황을 극복하고 미·영·소 대동맹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만들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지키는 게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한국판 뉴딜은 그저 돈을 뿌려 일자리를 만드는 평범한 프로젝트가 됐다. 586의 좁은 세계관에 의존하면서 국민·전문가와 불통했기 때문이다. 586의 상징인 조국은 장관후보자 사퇴를 권유받자 “나는 홀몸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대통령은 아직도 조국과 한몸인가.
     
    ‘조국 지키기’의 명분이었던 검찰개혁의 종착역은 공수처 설치다. 그런데 처음부터 길을 잃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의혹을 1호 수사로 정했다. 이것이 거악(巨惡) 척결인가. 검찰개혁은 정권 실세의 비리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위장막이었던가.
     
    문 정권 내리막길의 출발점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공정과 정의를 내팽겨친 초현실적인 장면이다. 조국은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 기존의 법과 제도를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사과’했다. 불법을 부인한 궤변이다.
     
    바보 취급을 당한 국민은 허탈하다.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권이 통회(痛悔)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하경 주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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