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의 퍼스펙티브] ‘메이드 인 코리아’ 백신 완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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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산 백신이 필요한 이유

    안광석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주요 관심사는 “언제쯤 국산 백신이 나오는가”로 모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누적확진자 1억6000만 명, 사망자 330만 명을 넘었다. 우리는 가상훈련을 통해 준비된 질병관리청의 방역 관리 체계와 시민들의 질서 있는 협조 덕에 코로나19의 치명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미국만 해도 6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 중이다. 이는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57만 명을 넘는 수치다.
     

    코로나19는 독감처럼 계절성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전망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등 5개사, 코로나 백신 임상 시험
    백신 개발 완주해야 노하우 축적돼 새 백신 개발 가능해져
    감염병 대비 예산은 국민 생명 지키는 ‘인간 안보’ 필수 비용

    세계 각국은 코로나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벌인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영국), 화이자·모더나·존슨앤존슨(미국), 스푸트니크V(러시아), 시노백·시노팜(중국), 코백신(인도) 등  8종의 백신이 글로벌 승인을 받아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지구 인구의 15%인 12억 명이 최소 1회 접종을 마쳤으며, 우리나라는 7% 접종률을 보인다.
     
    우려했던 대로 강대국들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백신을 입도선매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으며, 백신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국제 교류에서도 고립돼 경제적 피해도 심화한다.
     
    백신 공급망 다원화해야
     
    단기적으로는 팬데믹 대처를 위해 백신 물량 확보, 중기적으로는 국산 백신 생산, 장기적으로는 백신 개발 국가 인프라 구축과 유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백신 물량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기존 도입 제품 외에도 스푸트니크V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주목할 만하다.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위탁 생산하는 노바백스 백신은 저장이 쉽고, 높은 안전성, 96%의 예방 효과, 무엇보다 영국 변종과 남아공 변종에 대해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존슨 백신처럼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이다. 개발 초기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불신을 자초하였지만, 예상외로 92%의 예방 효과와 별다른 부작용도 없음이 알려지면서 현재 66개국에서 승인됐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V를 따서 백신을 명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는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수출에 적극적이다. 중국 백신들은 사멸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백신으로써 비용이 저렴하고 저장이 쉽지만, 안전성과 효능에서 다른 백신들보다는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외된 개발도상국들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의 시노팜 백신을 비상용으로 긴급 승인했다.
     
    국내 5개사,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중기적으로는 1년 이내에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팬데믹은 위기이자 백신 개발 기회다. 조만간 집단면역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늦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코로나19 중화항체 지속 기간이 6~10개월로 알려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처럼 계절성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 사다. 진원생명과학과 제넥신의 DNA 백신을 제외하곤 이미 해외에서 허가된 백신 제조법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임상 1·2상 단계이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 임상 3상에 진입하는 제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 기업이 임상 3상 시험과 개발 비용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우리는 3만~4만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임상 3상 시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글로벌 임상은 현지 의료진과 의료 시설, 정치·문화적 차이, 현지 임상 준비 상황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임상 노하우를 축적한 경험이 없다.
     
    그러나 후발 주자로서의 기회도 있다. 이미 허가된 백신과 비교해 효능이 떨어지지는 않는지를 확인하는 비(非)열등성 시험으로 효능을 평가하면 되므로 통상 500~1000명의 임상시험 지원자만 확보하면 된다. 우리처럼 확진자가 적은 나라에서 수행하기 적합하다. 수백~수천억 원에 이르는 임상 3상 비용은 정부가 전폭 지원해서 백신 완주를 도와야 한다. 미국이 1년 만에 백신 개발을 할 수 있었던 주원인은 성패와 상관없이 13조원을 민간 제약사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 위험, 공공재 성격, 일회성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익 창출을 기치로 하는 민간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가 존슨앤존슨 신약개발연구소에서 일할 때 소장이 “백신은 쇼케이스이고,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것은 타이레놀이야”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곤 했다. 물론 그는 백신 개발로 인한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상승은 고려하지 않았다. 늦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백신 개발을 완주해야 노하우가 축적되고,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 때마다 조기에 백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
     
    감염병 기초 연구 인프라 구축해야
     
    장기적으로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은 “세계 경제 대국 10위인데 백신 개발이 왜 이리 더딘가”라고 묻는다. 국민의 기대감과 실망감을 이해한다.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기초 연구 기반은 너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원인 병원체와 전파 수단을 규명하는 역학 연구, 병원체 침투·복제 과정을 밝히는 등의 기초 연구가 부실하면 글로벌 ‘백신 개척자’가 아닌 만년 ‘백신 후발주자’에 머문다.
     
    국내에 바이러스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층이 너무 얇다. 차세대 감염병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산재해 있는 바이러스 전문 과학자들을 규합해 기초 연구를 체계화할 연구소도 없다.
     
    정부가 추진한 국립 바이러스연구소 설립은 애초 구상과 달리 용두사미에 그치는 모양새다. 그래도 기왕 설립했다면 외부 여건에 상관없이 독립 예산이 지속해서 지원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강구됐던 미래 전염병 대처 방안들이 메르스 종식과 함께 유명무실해졌다.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 예산이 연 50조원이지만, 우리는 이에 동의한다. 마찬가지로 감염병 대비 예산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인간 안보’ 필수 비용임을 국민은 받아들여야 한다. 일반 난치성 질환과는 달리, 감염병은 아는 만큼, 투자한 만큼 대처 가능한 단순 질병이다.
     

    강등 수모 겪은 mRNA 백신 선구자 카리코

    카탈린 카리코 박사(오른쪽)와 드루 와이즈만 박사.

    카탈린 카리코 박사(오른쪽)와 드루 와이즈만 박사.

    DNA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게 해주는 mRNA는 아데닌·구아닌·사이토신·유리딘 4종의 염기 서열로 구성된다. 헝가리 대학생이었던 카탈린 카리코는 mRNA를 이용해 백신과 약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안고 1985년 대서양을 건넜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mRNA 치료법을 연구하면서, 그녀는 mRNA를 동물에 주사하면 심한 염증 반응으로 동물이 죽어버리는 치명적 문제에 직면했다.
     
    95년 연구 주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와 거듭된 연구비 수주 실패로 대학 측은 카리코에게 떠나든지, 아니면 교수직 강등을 통보했다. 교수직 희망 연구자에게는 최악의 굴욕이다. 암 진단까지 받은 카리코는 강등된 채 연구보조원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며 계속 mRNA 부작용 문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97년 부임한 면역학 대가 드루 와이즈만 교수가 연구비를 지원해주었고 함께 공동 연구를 했다. 2005년 이들은 mRNA의 유리딘 염기를 변형시키면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특허 출원했다.
     
    mRNA 치료법을 개발 중이던 모더나가 특허 라이센싱 가능성을 카리코에게 타진했을 즈음, 특허 소유권자인 대학에서는 이미 특허를 셀스크립트 회사에 넘긴 뒤였다. 셀스크립트는 모더나와 바이오앤테크에 2차 라이센싱을 주었다. 카리코는 대학 시스템에서는 평생 꿈인 mRNA 백신을 시도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3년 그동안 강등되었던 그녀를 교수직으로 복직시켜준다는 대학 측의 제의를 뿌리치고 카리코는 독일 바이오엔텍에서 직접 백신 개발 지휘봉을 잡았다. 카리코의 혁신적인 기술 덕분에 화이자와 모더나는 전 세계에 mRNA 백신을 공급하며 인류는 팬데믹 종식에 다가가고 있다.
     
    카리코에게 mRNA 백신은 40년 집념의 결산이고, mRNA 기반 차세대 항바이러스 및 항암 의약품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다. 바이오앤테크-화이자 백신이 임상 3상 결과 95%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나오자, 카리코는 “자신의 연구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을 바꿀 수 있어 기쁠 뿐이다”라고 말했다. 왠지 미리 보는 노벨상 수상 강연의 한 대목처럼 들린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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