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선]최재형ㆍ이성윤의 길…기로에 선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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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수사관 임명식에서 수사관들의 선서를 받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수사관 임명식에서 수사관들의 선서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수사 구조 개편으로 경찰이 수사의 중심에 자리했다. 새 체제 초반에 감지되는 변화는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가 과거보다 한결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사실이다.  
     

    김진욱 “조희연 채용 의혹 수사”
    이재명ㆍ이낙연ㆍ추미애 맹비난
    외압 뚫고 권력 감시 역할 해낼까

    강자(强者)에 대한 수사는 주로 검찰 몫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도 그랬다. 환경부ㆍ청와대 블랙리스트를 파헤쳤고 법무부 장관 일가와 검찰 수뇌부를 겨냥한 수사도 서슴지 않았다. 정권의 보복 역시 여느 정부 못지않아 여권의 심기를 건드린 검사들은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직무에서 배제됐다. 친정부로 분류됐어도 검찰의 본분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까지 물러나면 다른 의미의 ‘검수완박’(검찰 수사 의지 완전 박탈)이 가시화한다.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공상이 돼가고 있다. CCTV를 비롯해 광범위한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강제조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여부를 모르겠다고 발뺌하던 경찰의 모습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택시 기사를 폭행한 법무부 차관 사건 하나를 두고 100일 넘게 쩔쩔맨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가 블랙홀에 빨려드는 시점에 툭 튀어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호 사건’이 묘한 파문을 일으킨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한다고 발표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여야 합의를 깨고 법안을 고치면서까지 공수처를 탄생시킨 여당이 자신의 옥동자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별스럽게 〈인지 수사〉를 한다고”(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너무 편한 선택을 했다”(백혜련 최고위원)는 탄식이 나온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 관련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 관련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조 교육감 수사가 쉽다는 예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교조와 연관된 수사는 간단한 혐의라도 굉장히 어렵다”며 “특히 현 정부에서 검·경에 맡긴다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다고 장담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에서 쏟아내는 비난이 수사기관에는 엄청난 압박”이라며 “공수처가 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압수수색 등에 나서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견해도 비슷하다. 배 의원은 “서울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어 공수처 수사를 계기로 교육계의 불공정 채용과 인사 비리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다”며 “제대로만 한다면 1호 사건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지난 15일엔 서울 중앙고와 이대부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강행한 자사고 취소에 사법부가 줄줄이 제동을 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교사 채용 비리까지 처벌받는다면 현 정부 교육 정책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말할 법한 일”이라고 언급하는 등 여당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공수처 때리기에 나선 것만 봐도 간단한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 교육감의 불법 의혹은 감사원이 잡아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불법 혐의를 고발하면 ‘윤석열의 검찰’이 넘겨받아 파헤치는 게 공직자 수사의 패턴이었다. 원전 비리 수사가 대표적이다. 조남관 총장 대행까지 물러나면 감사원이 권력자의 비리를 찾아내도 처벌에 나설 수사기관이 없으리란 우려가 제기되는 참에 공수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감사원 고발, 공수처 수사’가 권력 감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대안이 될지 모른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최재형 감사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최재형 감사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정 기관 수장의 취임사는 틀에 박힌 듯해도 뜯어보면 초심의 결기가 묻어난다. 청와대가 엄선했다고 자부한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후 같은 자세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과 밀월 관계로 출발한 윤 전 총장이었지만 취임사에선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이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취임사로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 관련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 관련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취임사로 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최 원장 쪽에 가깝다.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를 약속했다. 그동안 언행은 취임사와 달리 이 지검장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1호 사건 선택이 의외다. 1호 사건 수사는 김 처장이 이 지검장의 행보를 따라갈지 최 원장의 길을 지향할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된다. 법을 어긴 권력자 입장에선 발을 뻗고 잘지, 웅크리며 떨지 결정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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