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칼럼] 북한 연로한 수뇌부, 청년층을 이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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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필자는 북한 수뇌부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다른 이해 부족 사례를 목격했다. 자국 청년이다.
     

    머리·옷차림 탓하며 충성심 걱정
    청년동맹 강제가입 반발 낳을 듯

    4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쓸어버리기 위한 일대 소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선언했고 청년들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언급하며 “반동적 사상과 문화에 맞서 투쟁할 것”을 독려했다. 또한 청년동맹원 감소를 지적하며 모든 청년의 조직생활 참여 강화와 혁명 전적지 답사 등 여러 가지 정치문화활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수뇌부가 청년층의 충성심을 걱정하는 게 옳은가. 필자는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평양 젊은이 몇 명을 알게 되었다.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첫째 그들은 바깥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물론 북한은 매우 유교적인 사회이며 청년들의 일상 속에서 집안 어른들의 구속은 국가적인 구속보다도 훨씬 컸다. 이러한 환경에서 젊은이들은 자연히 보수적인 경향을 갖게 되고, 이는 북한 청년들의 두 번째 특징을 설명한다. 바로 그들의 열렬한 애국심이다.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오늘날의 북한 청년들도 북한이 얼마나 뒤처졌는지 잘 알고 정보도 더 많이 접하지만 애국심은 굳건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한 수뇌부는 왜 염려하는가. 우선 청년동맹 가입률 감소다. 북한 수뇌부의 관점에서 공식 단체에 속하지 않는다는 건 해당 청년들에 대한 당의 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는 충성심 결여와 같다. 둘째 연로한 수뇌부가 보기에 젊은이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행동이 매우 기이할 테니 따라서 잘못된 것이다. 자유 사회의 젊은이도 그렇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닌 걸 문제로 삼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몇 가지는 환영받을 수 있다. 일례로 혁명 전적지 답사 횟수가 늘면 수업·근무 대신 평양 밖을 여행하는 횟수가 증가한다. 필자가 아는 젊은이들은 이를 좋아했다. 한 명에게 “답사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정치적 내용은 전혀 기억 못 하고 “꽃이 참 예뻤다”고 답한 일도 있었다.
     
    대부분 조치는 그러나 반감과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국경 폐쇄로 남한 노래를 듣는 게 크게 줄었는데, 엄중 단속까지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두발 단속 강화에 대해 상당히 분개할 것이다. 북한엔 국가가 허용하는 헤어스타일이 있지만 미용실에서 손님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대로 해달라면 미용사들이 기꺼이 해줬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수뇌부가 모든 청년을 청년동맹에 가입시키려 한다는 데에 있다. ‘범법행위’에 연루된 청년도 대상으로, 북한 지도층 관점에서 ‘범법자’엔 허가되지 않은 시장 거래나 환전 등의 활동에 연루된 이들도 포함된다. 이는 두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첫째 이들의 강제 가입으로 이들과 ‘모범생’ 청년들이 접촉하게 될 터인데 이들의 교화보다는 모범생들이 불법으로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둘째 이 젊은이들이 기존 활동들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겠는가. 이들이 혁명의 열성분자가 되기보다는 수동적 분노가 적극적인 적개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북한 수뇌부의 청년층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며, 외려 청년층의 충성심을 저하할 위험이 크다. 북한 수뇌부가 진정 자신에게 유리한 게 무엇인지 안다면 청년들에게 머리·옷차림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용인했어야 했다. 물론 북한의 연로한 수뇌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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