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영의 직격인터뷰]“일색(一色), 성역화, 맹종 못 깨면 민주당은 민주 정당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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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주의는 이념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생활양식을 가리킵니다. 이른바 ‘86’세대를 비롯한 우리 당과 이 정권의 주축 인사들은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실제 그 이후 삶의 방식을 보면 민주주의가 체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쓴소리맨’ 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 인터뷰

    민주주의 외치며 체화 못한 86 세대
    질식할 정도로 일색인 당내 분위기
    ‘내로남불’ 일상화에 민심 등돌려
    임혜숙 강행 잘못…협업ㆍ소통 필요

     
    이상민(5선ㆍ대전유성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들 스스로가 가장 중요시하는 선수를 기준으로 국회 ‘넘버2’ 중 한명이다. 유일한 6선인 박병석 국회의장 다음으로 이 의원을 비롯해 13명의 5선이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도 5선이지만 요즘 가장 ‘핫’한 이는 바로 이 의원이다. 주요 직책을 맡지 않는 한 5선 정도 되면 짐짓 ‘어른입네’ 하며 뒤로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의원은 요즘 여느 소장파 못지않게 당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뱉고 있다. 4ㆍ7 재ㆍ보선 패배 이후 ‘반성문’을 썼던 30대 초선 5명이 ‘문자폭탄’에 주저앉은 것과 달리 그는 꿋꿋이 여권에 대고 할 말을 한다. 변호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국회 한독친선협회장(현직) 등의 경력을 지닌 그의 지적은 요즘 말로 ‘뼈때리는’ 수준이다. 이 의원은 왜 악역을 자처하고 나선 걸까.  
     
    -연일 당과 청와대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민주주의, 특히 우리 당내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저는 이른바 ‘탄돌이(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17대 국회에서 대거 입성한 열린우리당 초선)’ 출신이다. 당시 108명의 초선들은 ‘백팔번뇌’라 불릴 정도로 당을 시끄럽게 만들고 실험정신으로 무장해 의견개진에 나섰다. 이런저런 비판들도 있었지만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되레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당내에선 다원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정치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지적하면 당에 해를 끼친다며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견 제시 자체가 금기시된다. ”
     
    -어떤 부분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했단 얘긴가.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친문-비문의 계파 갈등이 심해질 걸 우려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당에 지금 비문이 있긴 한가. 계파 갈등이 없는 게 난 더 문제라고 본다. 계파 갈등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계파가 일색(一色)이란 말이다. 일색은 성역화를 낳고, 성역화는 맹종을 부른다. 지금 우리 당에서 가장 큰 결함이 바로 그 대목이다. 비판을 내놓으면 곧바로 정치적 불이익이 따르니 다른 생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 일색화 과정에서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지점들이 생겨난다. 성역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해당한다. 국민의 비판이 커도 당내에선 입에 올리지도 못한다. 이런 분위기가 고착화되니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도 그저 따라야 하는 맹종의 단계로 접어든다.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다원성에 기반한 이견을 전혀 수용 않는 당내 분위기가 굳어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검찰 개혁 등의 의제에 있어 그 실체를 따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당이 질식할 정도로 일색화 됐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오랜 기간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이 당의 주축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생활양식이다.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과 실제 삶이 민주적이냐 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문제다. 독재 권력에 항거해 싸운 사람들이라고 모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당내에 있는 많은 민주화 세력은 과거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에 나서긴 했으나 이후 자신들이 민주주의를 체화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열린우리당 때의 여러 실험을 지금은 해당행위라고 본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쌓여 고착화 됐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왜 체화하진 못했을까.
    “지금 우리 민주화운동 세력의 큰 문제는 과다 평가, 과대 보상, 그에 따른 과다 대표에 있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 시절 또는 젊은 시절 몇 년 활동한 것만으로 수십 년을 평가받고, 금전 또는 자리로 보상도 받고, 정당이나 청와대에서 실제보다는 과하게 다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패거리를 형성하고 다른 목소리는 아예 막는 형국이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로 민주주의를 체화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했다. 그런 부작용이 지금 다 드러나고 있다.”
     
    -다선 의원으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내가 다선이어서, 5선이어서 하는 거다. 어떤 이들은 왜 적을 만드냐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부담을 초ㆍ재선에게 떠넘길 수 없다. 16ㆍ17대 때 젊은피 수혈이라는 혜택을 입고 들어온 우리 세대가 가만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도 지금껏 자리보전에 급급해할 말을 제대로 못 했던 게 아닌가 반성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비민주적인 당내 상황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민주 정당이 아니며 앞으로 우리 당에 미래가 없다. ”
     
    -문자폭탄이 쏟아질 것 같다.
    “문자폭탄은 말해서 뭐하겠나. 대전과 서울 사무실에 전화도 쏟아진다. 어떤 분은 내가 18대 때 자유선진당 활동했던 걸 집어내며 ‘그럴 줄 알았다, 배신자’라고 보낸다. 4ㆍ7 재ㆍ보선 패배 뒤 반성문을 냈던 초선들에게 ‘용기 내라, 문자폭탄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에겐 쉽지 않았을 거다. 나는 요즘 문자가 들어오면 직접 답장도 하고 전화 걸어서 설명도 한다. 내가 너무 길게 얘기를 해 전화를 끊으려는 분도 있다.(웃음)”
     
    -재ㆍ보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보나.
    “한 마디로 내로남불의 일상화다. 내로남불과 언행불일치, 겉과 속이 다름, 위선과 가식. 이 모두 같은 의미다. 지금 우리 당이 이런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선거에 즈음해서가 아니라 집권해서 수년 동안 계속 그 길로 갔다. 검찰개혁만 해도 그렇다. 이 정권이 4년 내내 검찰개혁을 내세운 건 치명적인 불균형적 의제 설정이다. 진정 개혁해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었다. 검찰 개혁의 명분은 검찰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된다는 거였다. 그렇게 치면 진짜 권력의 집중은 정치권력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보다는 정치개혁이 먼저인 거다. 스스로 자기개혁을 하지 않으면서 누굴 개혁하나.”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임혜숙 과기정통부장관 임명 강행 등을 보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못 읽는 것 같다.
    “내가 지역이 대전이다 보니 오랫동안 과학기술단체, 연구기관들과 교류해 왔다. 이번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과학기술계는 한목소리로 ‘우리를 무시한다’고 말해왔다. 임 장관이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아는 사람도 없더라. 왜 그가 장관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였다. 와중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여러 일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임명을 강행했다. 강행한 임명권자도, 이를 받아들인 임 장관도 이해가 안 되는 미스터리다. 입장 바꿔 우리가 야당이었어 봐라. 임 장관을 임명하게 뒀겠나.”
     
    -정치개혁의 가장 큰 과제는 뭐라고 보나.
    “권력을 집중을 막는 거다. 분권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다. 개헌은 필수적이다. 지금 권력이 집중되고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임기의 보장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 맘에 들지 않아도 임기를 채울 수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도 잘 못하면 바로 바꾸고 잘하면 계속하게 두는 게 맞다. 정치를 하면서 정치의 기본 과제를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국민의 대변하는 것, 두 번째 표출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마지막으로 미래희 희망을 보여주는 것. 그런데 지금과 같은 양당의 독과점 구조로는 정치 복원이 어렵다. 비례대표를 한층 강화해 다당제를 현실화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정치 복원을 위해 분권형으로의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5선까지 한 마당에 무슨 큰 욕심이 있겠나. 하지만 정말 정치개혁에 힘쓰고 싶다”며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협업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그런 부분이 강해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실천하지 못한 건 모든 것이 대통령에 집중되는 권력구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논설위원, 정리=이지우 인턴기자

    이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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