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보건안보 복합위기시대, 지재권협정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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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코로나 백신으로 화제가 된 것이 소아마비 백신이다. 1955년 미국 조너스 소크는 7년 연구 끝에 포름알데히드로 바이러스의 활성을 죽인 백신을 만든다.  생백신만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학설을 깨는 신종 백신 개발이었다. 소아마비 피해가 컸던 때라 그는 하루아침에 슈퍼스타가 된다. 에드 머로우와의 유명한 TV 인터뷰에서 “이 백신의 특허는 누구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인들이겠지. 누가 태양에 특허를 내겠는가.”라고 답했다.
     

    소크 “누가 태양에 특허를 내랴”
    mRNA 특허만 40만 건 이상
    TRIPs 규범의 역기능 검토해
    지구촌 복합위기 해소책 찾아야

    훗날 사료 연구(Jane Smith, 1990년)는 소크의 연구비를 지원한 국립소아마비재단이 특허 출원을 검토한 결과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그 이전에 제약회사들에 제조법과 공정을 무료로 공유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재단은 1921년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8년에 설립했고 1억명이 참여한 동전 모금운동(‘March of Dimes’)으로 1955년까지 6천7백만 달러 연구비를 모았다. 1963년에 개소한 소크 생물학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거쳐 가고 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백신 시장은 복잡한 과학기술과 규제, 막대한 비용과 개발 기간,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코로나 백신만은 예외로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과 부작용에 대한 기업의 면책권 등으로 10개월 만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 간 백신 격차가 팬데믹 종식의 변수가 되면서 미국이 지식재산권 일시 유예 지지를 선언하자 독일 등 EU·중국·미국 등의 이해득실과 헤게모니를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일단 공은 WTO(세계무역기구)로 넘어가 164개 회원국이 합의하는 경우 지재권 유예가 결정된다.
     
    그러나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mRNA 특허는 미국 22만여건, 유럽 5만9천여건, 일본 9만4천여건 등이다. 모더나를 공동 창업(2010년)한 로버트 랭거 MIT 석학교수는 약물 전달과 조직 엔지니어링에서 1400개 특허를 소유 또는 출원 중이다. 모더나는 270개 이상의 mRNA 특허에 더해 세계 각국에서 600개 특허를 출원했다. 독일의 바이오엔테크(2008년 설립)는 200개 특허군을 소유하고 최소 100개는 단독 또는 공동 소유다. 역시 독일의 큐어백도 mRNA 백신의 EU 승인을 요청한 상태로, 미국 등 세계 특허 포트폴리오를 700개 갖고 있다. 중국도 mRNA 백신을 개발했다.
     
    이와는 별도로 mRNA 원천기술 특허는 카탈린 카리코 박사와 드루 와이즈만 교수의 2008년 연구결과로 펜실베이니아대 소유다. 카리코는 자신의 특허가 넘어간 바이오엔텍의 수석부사장이 됐고,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된다. 모더나는 카리코-와이즈만 원천특허에 대해 재실시권(sub-license) 계약을 했고, 바이오엔테크도 실시권(in-license) 계약을 했다. 그 가운데 큐어백은 펜실베이니아대 특허에 대해 EPO(유럽특허청)에 이의 신청을 하는 등 수십건의 특허 이의 신청이 제기된 상태다(Daniel Shores, 2021년 4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유발된 지재권 유예 논쟁은 1995년 발효된 WTO의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의 역정(歷程)을 돌아보게 한다. TRIPs는 특허 독점권 시한을 14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저작권은 평생 보장에 사후 70년간 보호로 강화했다.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디자인권 등 지재권을 다루는 세계 최초의 다자간 규범이 발효되자 특허는 1995년 이전 1백만건 이하에서 2016년 한해 3백만건이 출원됐고, 최근 유효 특허는 1200만건이다. 지재권 출원은 2019년 한해 1980만건이다.
     
    TRIPs 이후 특허 임대소득은 급증했고 서구 기업들의 지재권 기반 소득은 1999년 17%에서 계속 증가세다. 한편 특허 등록과 유지, 특히 특허 분쟁 급증으로 엄청난 비용이 새고 있다. ICT와 바이오 분야가 심해 2020년 노벨화학상에 빛나는 유전자가위기술도 여태 ‘8년 특허전쟁’ 중이다. 기술생산력 없이 지식재산을 매입해 특허침해 소송으로 수익을 챙기는 특허괴물(patent troll)까지 등장했다.
     
    그 사이 특허권 획득 기술의 기초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공적 자금은 계속 늘어났고, 국가간 빈부격차가 커졌다. 지재권 확대로 지식재산 공공재의 사유화도 진행됐다. 특허의 배타적 독점권으로 혁신이 저해되는 측면도 있다. 1차 산업혁명에서 영국의 볼턴-와트의 증기기관도 그 특허 시효가 만료된 1800년 이후에야 해마다 4000마력씩 성능이 개선돼 증기선과 증기기관차가 상용화됐다.
     
    어느 시대건 창의적 활동을 촉진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로 시장 창출과 확대를 지원한다는 명분과 필요성은 엄존한다. 그러나 보건안보,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 시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초융합 고속 혁신에서 90년대 제정된 지재권 규범의 내용이 합당한지 묻게 된다. 지식재산은 차고 넘치는데 공유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지식 재산이 지구촌 복합위기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은 없는 것인지, 이 난중지난(難中之難)의 과제를 풀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아쉽다.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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