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리빙 랩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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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기헌 산업1팀 기자

    리빙 랩(living lab)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번역하면 생활 실험실이다. 리빙 랩은 국가나 사회가 나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존의 믿음을 배격한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겠다(we are not waiting)”는 신념이 그 바탕이다. 각종 IT 기술, 정보 공유 플랫폼과 결합한 사용자 중심 혁신이 리빙 랩의 산파다. 리빙 랩에 사용자 주도형 혁신, 개방형 혁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유럽에선 500여개가 넘는 리빙 랩이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개조 차량 공유 플랫폼 휠리즈(Wheeliz)가 대표 사례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샤를로트 드  빌모는 휠체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성인이 된 그녀는 휠체어로도 여행할 수 있는 차량을 알아보다 높은 가격에 포기해야 했다. 샤를로트는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개조 차량 10만 대에 주목했고 휠리즈를 창업했다. 휠리즈의 차량 대여료는 자동차 대여 업체의 40% 수준이다. 샤를로트는 이렇게 말한다. “옳은 일을 바란다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한국 1형 당뇨 환우회의 초석이 된 슈거트리 커뮤니티도 일종의 리빙 랩이다. 1형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어느 날 갑자기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질환으로 누구나 발병할 수 있다. 1형 당뇨 환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음식 섭취에 따른 혈당 변화에 맞춰 수시로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한 김미영 한국1형 당뇨환우회 대표는 당뇨를 앓는 아들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사들여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게 개조했다. 식약처는 김 대표를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018년 기소 유예로 사건은 끝났지만 그의 투쟁은 이어지고 있다. 환우회 회원은 컴퓨터 코딩을 익혀 실시간 혈당 데이터 등을 수집한다. 이를 통해 의료 기관과 협업해 당뇨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환자 스스로가 제작자(maker), 공동 연구자(collaborator), 전문가(expert)로 변신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한국과학기술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 사례 발표자로 나와 말했다. “그동안 하지 않았을 뿐이지 환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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