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한미 정상회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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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의 3박 5일 방미 일정은 ‘혈맹’으로 시작해 ‘경제 동맹’으로 끝났다. 첫 공식 일정은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묘 헌화였다. 다음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한국전 참전 용사 명예훈장 수여식,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이 잇따라 열렸다. 모두 한국전쟁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관계를 기리는 자리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케미’가 ‘폭발’했다. 훈장 수여식에서 바이든이 사진 촬영을 제안하자 문 대통령은 무대 위로 올라가 휠체어에 앉은 노병 옆에 무릎을 꿇었다. 바이든이 먼저 한쪽 무릎을 꿇자 문 대통령이 순발력 있게 보조를 맞췄다. 노병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굳건한 한미동맹을 향한 의지가 행동으로 기록됐다. 마지막 일정은 미국 자동차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이노베이션 공장 방문이었다.
     
    이보다 강력한 한미동맹론자 대통령이 언제 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순간, 최고의 회담”,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흥분됐다(thrilled)”고 표현했다. 주고받는 게 균형을 이뤄야 잘된 협상이다. 한국은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바이든의 지지, 싱가포르 선언을 토대로 대북 정책을 추진한다는 미국의 약속,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중요한 성과로 꼽는다. 문 대통령 숙원 사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가운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가운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반면 미국은 한국 기업의 44조원 규모 투자, 이를 통한 반도체·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중국에서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한국을 얻었다. 대선 공약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추진 동력과 일자리를 확보해 실속을 챙겼다.
     
    한국이 ‘올인’하다시피 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동맹을 명분으로 한국군 55만 명분 확보에 그쳤다. 대신 정부는 백신 허브 구상을 띄웠다. 달걀 대신 닭을 얻고, 물고기 대신 낚시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아직은 모더나 백신 원액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납품받아 병입하는 것만 확정됐다. 핵심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 투자, 원료 기업 유치 등 허브가 되기 위한 요소는 모두 양해각서(MOU) 단계다. 법적 책임 없이 파기될 수 있는 게 MOU다.
     
    사실 모든 정상회담은 성공이 예정돼 있다. 엘리트 공무원의 포장 기술은 뛰어나다. 양국 정부 모두 국내 정치적 기반이 압도적이지 못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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