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암호화폐 투자법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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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규 경제에디터

    한 남자가 마스크를 쓴 채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증권사에 총을 겨눈다. 증권사는 아수라장이 된다. 이 남자는 원래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현금 수송차 안전요원이었다. 아픈 아내가 있는 그는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전 재산을 묻어두었던 펀드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은 “이미 휴짓조각이 됐다”고 말한 뒤 자리를 뜬다. 이 펀드는 애초 수익조차 낼 수 없는 ‘엉터리 펀드’였다. 그런데도 증권사 사장은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겠다며 ‘휴짓조각이 될’ 펀드 판매를 독려한다. 증권사 사장은 외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건 파트너와 주주다. 투자는 도박이다. (펀드 투자자는) 잃을 수 있다는 걸 알고 투자하지 않았나. 돈 벌 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잃었다고 불평하면 되나.” 전 재산을 잃고 막대한 빚까지 지게 된 남자는 절망한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에 복수를 결심한다.
     

    각국 규제…2주만에 가격 반토막
    “자산시장이 서부개척시대 같아”
    원칙은 “모르는 종목 투자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월스트리트:분노의 복수’(2013년)의 줄거리다. 이 영화를 떠올린 건 주인공과 요즘 상당수 투자자의 상황이 오버랩돼서다. 영화 특성상 과장된 측면이 많지만 우선 주인공은 남의 말만 듣고 투자했다. 증권사 직원의 유망하다는 말에 펀드에 손을 댔다. 또한 해당 상품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지 않았다. 요즘 암호화폐 투자가 딱 이렇다. 상당수 투자자가 ‘남이 하니까’ ‘가격이 오르니까’ 투자한다. 암호화폐가 이 정도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지 않는다.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2030은 지난해 부동산값 급등 탓에 돈 벌 기회를 놓치자 주식·암호화폐 시장을 마지막 탈출구로 여겼다. 보통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초보 투자자가 뛰어든다. 코스피지수 2700선일 때 증시에서 신용융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대학생의 투자 기간은 평균 3.7개월(알바천국 조사)이다. 상당수가 암호화폐 열풍이 불자 투자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젠 대학생의 24%가, 직장인의 40%가 암호화폐에 투자한다.
     

    서소문 포럼 5/26

    서소문 포럼 5/26

    그런데 암호화폐 가격은 투자자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이 일제히 규제에 팔을 걷고 있어서다. 미 재무부는 1만 달러 이상 거래는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고, 중국은 아예 가상화폐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투기적 자산이다”(재니 옐런 미 재무장관) “투자금을 모두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의 경고가 연일 쏟아진다.
     
    그러자 거침없이 오르던 암호화폐 가격은 2주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명인이 한마디 하면 큰 폭의 널뛰기를 반복한다. 시장은 각국의 금융당국과 투자자가 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가격이 어떻게 튈지 몰라 수많은 투자자는 살얼음판을 걷는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경제학) 교수는 최근 자산 시장의 흐름에 ‘서부 개척 시대’와 같은 사고방식이 일고 있다며 거품을 경고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예언한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가치의 원천이 너무 모호해서 현실보다는 말 한마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가늠하기 어려운 암호화폐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지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주저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돈을 마구 쏟아부었다. 지난해 광의의통화(M2) 증가율이 미국 24.6%, 유로존 11%, 중국 10%, 한국 9.8% 등에 달했다. 돈이 넘쳐나니 시장을 심리가 좌우했다. 하지만 이젠 물가 상승, 자산시장 버블을 우려한 각국이 돈줄을 조일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출렁인다. 국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투자 책임은 오롯이 개인 몫이다.
     
    많은 금융위기를 이겨내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의 대가는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재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애플이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크래프트헤인즈 순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그의 투자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의 실패는 대부분이 잘 모르는 대상에 투자했을 때라고 한다. “남들이 공포에 질렸을 때 욕심을 내고, 남들이 욕심을 낼 때 조심하라.” 2008년 금융위기 때 과감한 투자를 했던 버핏의 말이다.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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