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간호법 제정은 초고령사회 대비할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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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영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간호사들의 존재와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았지만, 사실 간호사는 줄곧 보건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의료인이다. 지금도 간호사들은 “남을 도울 수 있는 간호사란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70년 된 의료법은 현실 반영못해
    체계적 간호법 더는 늦출 수 없어

    올 들어 3월말까지 전국에서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는 무려 104명이다. 하루에 한 명 이상 코로나에 감염된 셈이다. 감염 위험이 크지만 국민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간호사들의 힘겨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 더는 간호사들의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 간호사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보다 더 두려운 것이 간호법조차 없는 대한민국의 열악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라고 입을 모은다. 간호사 업무와 역할, 양성 방안, 근무 환경 등을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다룰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싱가포르·대만·홍콩·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90여 개 국가엔 간호법이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 회원국 중에서 간호법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한번 들여다보자.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 등 국내에서 의료인으로 분류되는 5대 직종은 모두 의료법이라는 단일법에 묶여 있다.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면 정부 등 일각에서는 “간호법이 의료법에서 떨어져 나가면 의료체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업무영역이 충돌할 수 있다”는 판에 박힌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의료 복지를 내세우는 대부분 의 선진국은 의료인의 직종별 전문성을 인정해 의사법·치과의사법·간호법을 구분해 두고 있다. 일본·대만·싱가포르·태국 등은 의료법을 중심으로 의사법·간호사법을 따로 만든 경우다. 간호법이 특수한 법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보편법이라는 말이다.
     
    현행 의료법은 70년 전 의료 상황에서 만들어진 낡은 법이다. 1951년 국민의료법(의료법 전신)이 제정될 때 의사는 5000명이고, 간호사는 17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간호사가 46만 명이고, 의사는 13만 명에 그칠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다. 의료계 전체 인력 10명 중 7명이 간호사다. 현행 의료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간호사들의 활동 무대는 의료기관만 아니라 학교와 어린이집, 요양시설, 장애인·노인복지시설, 산업체, 교정기관 등으로 확대되고 그 역할도 다양해졌다. 병원에서 진료 보조 행위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연구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처럼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담기에 현행 의료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병원에 입원해 본 국민은 “나이 든 숙련 간호사를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3교대로 이뤄진 고된 간호 업무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상당수 간호사가 서른 살 전후로 사직해서 그렇다. 병원에 숙련된 간호사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게 바로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더 많은 간호사를 확보하기 위한 법령을 만들고, 환자 안전을 위해 간호사가 돌보는 환자 비율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고령인구의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 맡기기에는 한국 사회가 핵가족화됐고, 가족의 개념도 변했다. 고령인구의 안정된 건강 관리와 생애 말기에 맞는 돌봄을 충실히 제공하려면 전문적인 간호 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간호사 확보가 필수다. 임박한 초고령 사회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간호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 간호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다.
     
    서은영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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