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문화난장] 다시 뭉친 수와진 “사랑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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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 현장에서 자선 공연을 하고 있는 수와진. 형 안상수(오른쪽)씨와 동생 상진씨로 이뤄진 쌍둥이 듀엣이다. 지난 35년 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노래를 불러왔다. [사진 수와진의 사랑더하기]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 현장에서 자선 공연을 하고 있는 수와진. 형 안상수(오른쪽)씨와 동생 상진씨로 이뤄진 쌍둥이 듀엣이다. 지난 35년 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노래를 불러왔다. [사진 수와진의 사랑더하기]

    난형난제(難兄難弟)다. 3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은 매사 티격태격이다. 톰과 제리가 따로 없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형만한 아우 없다. 내 말 좀 들어라.”(형) “너는 언제 태어났는데?”(동생) “내 호적 잉크가 마를 때, 너는 그제야 (잉크를) 찍기 시작했다.”(형) “턱도 없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동생)

    80년대 휩쓴 쌍둥이 듀엣
    동생 아프며 형만 활동해
    35년간 자선공연 이어와
    “이웃과 함께” 새로운 출발

     겉으론 으르렁대지만 정이 넘친다. 눈을 맞춘 그들이 싱겁게 웃더니 마이크 앞에 선다. 히트곡 ‘파초’를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 중장년층에 익숙한 노래다. 형 목소리가 탁하고 굵다면 동생은 여리고 맑은 편이다. ‘불꽃처럼 살아야 해 오늘도 어제처럼, 저 들판에 풀잎처럼 우리 쓰러지지 말아야 해~.’

    젊은 시절의 수와진. [중앙포토]

    젊은 시절의 수와진. [중앙포토]

     이들은 수와진(61)이다. 7080세대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듀엣이다. 명동성당 계단 아래서 기타 하나 들고 자선공연을 펼쳤던 그들을 기억하는 올드팬이 적잖다. 가수 현숙이 ‘효녀가수’로 불린다면 수와진은 ‘선행가수’로 이름났다. ‘모르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행여나 돌아서서 우리 미워하지 말아야 해’(파초)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소망해왔다.

     5년 전쯤이다. 전남 광양 매화축제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형 안상수씨를 만난 적이 있다. 동생 상진씨가 몸이 불편해 형이 홀로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다는 점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 동생과 함께 무대에 오를 날이 꼭 올 것으로 믿는다”는 그의 말이 화살처럼 박혔다. 이후 종종 기운이 없을 때 그들의 앨범을 꺼내며 힘을 얻곤 했다.

     수와진이 최근 다시 뭉쳤다. 수와진 완전체를 되찾았다. 지난 13일부터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에서 흥을 돋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고, 관객은 많지 않지만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그들의 얼굴은 환하기만 하다. 고품격 집안싸움 콘서트, 공연 명칭도 익살스럽다.  

     다음 달 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콘서트는 극한직업 비슷하다. 정오께 시작해 밤 9시까지 하루 평균 9시간 강행군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목이 잠기지만 무대 앞에만 서면 구성진 목소리가 살아난다. ‘새벽 아침’ ‘영원히 내게’ 등 히트곡은 물론 ‘그대 그리고 나’ ‘이름 모를 소녀’ 등 신청곡을 줄줄이 뽑아낸다. 상수씨는 전화 통화에서 “목이 괜찮냐고요? 인이 박였어요. 많이들 도와주시니까 마음이 찡해요. 울컥울컥합니다”라고 했다.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는 안상수씨. 수와진의 형이다. [사진 곡성군청]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에서 노래하고 있는 안상수씨. 수와진의 형이다. [사진 곡성군청]

      수와진의 이야기는 제법 알려졌다. 1986년 명동성당에서 심장병 어린이, 불우이웃을 위한 공연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87년 ‘새벽 아침’으로 데뷔했고, 88년 ‘파초’로 인기 절정에 올랐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89년 새해 첫날 상진씨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세 차례 뇌수술을 받으며 무대를 떠나야 했다. 2007년 신곡 ‘사랑해야 해’로 재회했지만, 앨범 발표 6개월 만에 동생이 폐종양 수술을 받는 역경에 빠졌다.    
     형제는 다시 용기를 냈다. 지난 3월부터 유튜브 방송을 준비했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수와진TV’를 개설했다. 매 순간 평균 시청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무리하지 마세요, 119에 실려 갑니다’ ‘이런 가수 또 없습니다’ 등 댓글도 쏟아진다. “거리 공연을 한 지 어느덧 35년이 됐지만 이런 호응을 얻을 줄 몰랐어요.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났어요. 고맙고 고마울 뿐입니다.”    

     수와진이 어려운 이웃에 처음 눈을 돌린 건 세 살 때 심장병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간 막내 여동생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후원금이 20억원에 달했다. 목사가 된 막내 남동생 상범(52)씨도 평일이면 곡성에 내려와 3형제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 상진씨는 아직 폐 기능이 완전하지 못하다. 기관지 확장제를 들고 다닌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조금씩 좋아졌어요.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룬 셈이죠. 장미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전국을 돌 작정입니다.”

     상수씨가 팬들에게 당부 하나를 했다. “절대 방송에서 두 번 후원하지 마세요. 너무 큰 부담이 됩니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은 후배 가수들도 격려해주세요. ‘히든 싱어’가 아닌 ‘힘든 싱어’가 많거든요.” 요즘 그들의 최고 애창곡은 ‘사랑해야 해’다. 가수 추가열이 2007년 상진씨를 위해 만든 노래다. 내심 역주행도 기대하고 있다. ‘사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았어. 혼자서 말없이 울던 그 날들을. (중략) 사랑해야 해. 너에 빈자리에 내가 다시 채워질 때까지.’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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