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과학기술 비전을 지닌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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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서에서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해 한국과 손잡고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원전 설계 등에서 강점이 있는 미국과 원전 시공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이 손잡으면 원전 수출 경쟁력은 크게 높아진다. 문제는 한국이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건 해외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원전이 위험하다고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외국엔 한국산 원전을 사라고 하는 건 모순이다.
     

    이념 따른 탈원전에 과학계 타격
    TSMC 성공엔 대만 지도자 비전
    비전 지닌 지도자가 번영 이끌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시작부터 과학이 아닌 이념에 따른 결정이었다. 원전을 대체할만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섣부른 탈원전 정책은 전기 생산단가 상승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사이 국내 원전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관련 기업이 몰락하고 원자력을 전공하려는 학생도 크게 줄었다. 탈원전 정책이 4년째를 맞으며 KAIST의 원자력 전공자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이미 원자력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도 진로 변경을 고민한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리고 있는 원전 기술은 우리가 원전 불모지에서 과학기술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성과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의 『기적을 만든 나라의 과학자』는 원전 기술이 전무하던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갖게 되기까지 정부와 과학계, 산업계가 한마음으로 원전 기술 개발에 매달렸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아 한국의 원전사업은 종속형에서 자주형으로 도약해 아랍에미리트에 한국 표준형 원전(APR1400) 4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서소문 포럼 5/27

    서소문 포럼 5/27

    과학자들이 갖은 어려움을 뚫고 개발해 세계에 자랑할만한 기술을 개발했는데 정부가 이를 무산시키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어설픈 진보는 사회가 쌓은 경험과 체제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26번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에서 보듯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실패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각국 지도자가 과학을 따르느냐, 이념을 따르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결과를 보여줬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다 한때 미국에 세계 1위 확진자·사망자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에 어설프게 대응했다 나라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발 빠른 진단키트 개발과 국민의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준수로 K방역을 자랑할 정도로 방역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라며 백신 확보를 서두르라고 권고했음에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백신 확보에 뒤처졌다. 그 결과 백신 접종에서 앞선 미국·영국·이스라엘 등이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언제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가 지도자가 과학기술 비전을 갖고 이를 정책으로 실천하는 나라들은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런 지도자에 속한다. 박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장기 집권을 꾀한 과오가 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이 있다. 그는 과학기술정책을 진두지휘하며 과학기술자가 존중받는 풍토를 만들었다. 『기적을 만든 나라의 과학자』에는 1973년 KAIST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에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병역 특례를 주자는 안이 나왔을 때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던 당시 분위기에서 반대가 빗발쳤으나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만 경제를 이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 성장도 지도자들의 비전이 뒷받침했다. 시스템반도체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한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이 해외의 대만 과학자들을 귀국시켜 87년 설립한 회사가 TSMC다. 이후 야당이 집권한 뒤에도 TSMC 등 첨단 기업 지원만큼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이어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적폐 청산, 반일, 부동산 대책 등에 급급하며 국민에게 과학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으로 실현하는 데 미흡했다. 내년 3월 9일 한국을 이끌 새 지도자를 뽑는다. 분명한 과학기술 비전을 갖고 실천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국이 더욱 도약할 수 있다.
     
    정재홍 국제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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