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연의 시시각각] AI 판단이면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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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종합부동산세 완화 문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종택 기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이 내일모레지만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은 여태 갈팡질팡이다. 이달 안에 매듭짓겠다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됐다.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모두 달라 교통정리가 쉽지 않아서다. 청와대와 여당, 특위와 상임위, 대선 주자마다 제 각각이다. ‘송영길표 부동산’은 결국 산으로 가는 중이다. 뭐 그럴 줄 알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종부세 완화를 띄워 놓곤 선거가 끝나자 반대로 갔다. 선거만 있으면 ‘잘못 고칠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다가 곧장 모르쇠다.
     궁금한 건 선거와 아무 관련 없는 깜깜이 공시가격은 왜 논의조차 없느냐는 거다.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바탕이다. 세금 올리고 내리는 거야 나라님 권한이라 쳐도 세금이 어떻게 매겨졌는지는 알려주는 게 도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들쭉날쭉 공시가로 아파트 단지마다 아우성이다. 같은 단지에 비슷한 집인데도 종부세 대상인 아파트가 있고 아닌 아파트가 있다. 주먹구구 산정에 고쳐달라는 이의 신청이 100배 이상 늘어 산을 만들었다. 하지만 수정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이유도 모른 채 기각이다. 

    ‘투명한 소통 정부’ 약속하곤
    온통 비밀에 자료 제시 없어
    납득 근거인 팩트를 왜 숨기나

     정부가 기초 자료인 ‘시세와 현실화율’을 밝히지 않기 때문인데 까닭이 기막히다. ‘모두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던 옛날 군대를 닮았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백성들은 내라는 대로 낸다. 얼마 전 선거에서 참패하곤 ‘민심을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분노한 민심 반영한다고 특위까지 만들었으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텐데 아예 거론조차 않는다.
     대통령은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 정부’라고 늘 자랑한다. 하지만 글쎄다. 공시가만이 아니다. 이 정부의 장관은 막강한 자리다. 예산도 커졌지만 공무원이 지난 4년간 10만 명 늘었다. 심지어 장관 허락 없인 권력비리 수사를 못하는 나라가 됐다. 그런 내각 인선을 할 때마다 대통령은 ‘무안 주기식 인사청문회’라고 야당을 혼낸다. 정부엔 스스로 만든 공직 원천 배제 7대 비리, 12개 기준이 있다. 세부 항목을 대상자에게 어떻게 적용했는지 밝히면 납득이 쉬울 것 같다. 그런 적은 없다. 
     장관들은 막강한 힘으로 멀쩡한 보(洑)를 부수고 탈원전에 앞장섰다. 한마디로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대통령은 해외에만 나가면 완전히 다른 말이다. ‘한국 원전은 40년간 단 한 건의 사고가 없다’고 한다. 그럼 뭔가. 안전하다는 건가. 위험하다는 건가. ‘비정규직 제로’를 외친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도 그렇다. 뭔가 납득 가는 설명이 있어야 할 텐데 잘 가르쳐 주질 않는다. 대신 “경제 대단히 좋다. 거시경제·혁신성장·포용성장에서 10개 성과를 냈다”는 셀프 칭찬이 있다.  
     나랏일에 더러 비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덮어놓고 모든 걸 비밀에 부쳐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런던엔 독일 공군 폭격이 매일같이 이어졌지만 교외엔 많아야 1주일에 한 번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 궤양 환자는 교외에서 더 많았다는 연구가 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정확한 런던과 달리 교외에선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감이 더 컸다는 것이다. 어떤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건 정확한 공습경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가 조만간 ‘AI(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모양이다. 잘됐다. AI가 내린 대출 판정이라면 믿겠다. 사심을 보태진 않을 것 같아서다. 이참에 부동산이든 탈원전이든 더 중요한 나랏일에도 AI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로(子路)가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선지노지(先之勞之)라고 답했다. ‘사무사'(思無邪)란 말도 있다. 팩트만을 앞세워 판단한다면 누가 믿고 따르지 않겠나.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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