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13년째 제자리 종부세 9억 기준, 바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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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정완 경제에디터

    태어난 지 16년 된 세금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종부세를 매기는 기준을 일정한 금액이 아니라 비율(상위 2%)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재·보선에서)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는 여권이 일단 방향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이미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종부세 개편론 첩첩산중
    13년 전 9억과 지금 9억은 달라
    헌재 헌법불합치 이유 되새겨야

    겉으로만 봐선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종부세를 손봐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모습이다. 하지만 상황은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물론 여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작지 않게 나온다. 지난 27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종부세 완화 방안은 찬반 의견 충돌이 극심했다고 한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6월 중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잠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정치적 입장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가 종부세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결정이 있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다. 당시 헌재는 종부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혹시 이명박 정부 시절이라서 보수 성향의 헌재가 이렇게 결정한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강국 헌재소장(당시)을 비롯한 헌법재판관 아홉 명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취임한 인사였다.
     
    헌재 결정문은 내용이 복잡하지만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종부세가 혼인한 부부를 차별하는 건 위헌이란 판단이었다. 이 문제는 종부세를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부과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 둘째는 1주택 실수요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건 헌법에 어긋나니 시급히 법률을 고쳐야 한다(헌법불합치)는 판단이었다.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조금 길지만 헌재 결정문의 일부를 인용한다. 종부세를 논의하는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들이 꼭 읽어줬으면 한다. “주거 목적으로 한 채의 주택을 일정한 기간 이상 보유하는 자에게는 보유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당해 주택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장소로서 가지는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므로 그 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가 당해 보유자를 포함한 가족에게 미치는 불리한 영향은 다른 주택 보유자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중략) 부동산 시장에서의 주택가격 상승분을 매년 그대로 반영하여 획일적으로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과세대상인 주택의 처분을 강요하는 것에 다를 바 없어 주택이 개인의 주거로서 가지는 특수한 의미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이런 말이다. 실수요 납세자는 가만히 있었을 뿐이고 외부 요인으로 집값이 올랐는데 정부가 비싼 세금을 매겨 사실상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미다. 이후 정부가 연령과 보유기간에 따라 종부세를 깎아주는 제도(고령자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한 배경이었다.
     
    그런데 헌재가 문제로 지적한 ‘획일적인 주택 가액 기준’(1주택자 9억원)은 1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13년 전 9억원이 지금의 9억원과 같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달 9억8667만원이었다. 종부세 기준은 공시가격이어서 국민은행이 조사한 시세와 다소 차이가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이제 서울에선 중간 정도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도 종부세를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게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종부세법 1조)를 대상으로 한다는 종부세 원칙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독일의 경제학자 알로이스 프린츠는 『세금전쟁』이란 저서에서 “세금이 자꾸 정치적 의도로 전용되면 전제 군주 시대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출범 후 4년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은 40만 명 이상 많아졌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에는 종부세 납세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일은 6월 1일이지만 납세자들이 고지서를 받는 때는 오는 11월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부세는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달콤한 말로 유권자를 현혹하지 말고 미리 예측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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