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백신 있는 곳에 공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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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정 문화팀 기자

    지금 한국의 음악 공연에서 가장 큰 이슈는 ‘자가격리 기간 단축’이다. 외국에서 백신을 맞고 내한하는 연주자들의 격리 기간을 2주보다 짧게 해줄 수 있는지의 문제다.
     
    본래 지난달 예정됐던 거장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의 공연이 이 문제로 취소됐고, 11월 내한을 예고한 빈필하모닉 같은 단체의 공연에서도 기간 단축이 관건이다. 2주를 그냥 보낼 수 있는 ‘세계적 연주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찬반이 있다.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문화도 산업인데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일이니 꼭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방역이 최우선인데 그렇게까지 해서 공연을 꼭 열어야 하느냐’는 반대도 일리가 있다. 여기에 가치 판단도 개입한다. 공연·예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가, 더 협소하게는 격리 기간을 줄여줄 연주자 음악의 들을만한 가치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두 칸 이상 띄었던 지난해 공연장의 객석. [뉴스1]

    두 칸 이상 띄었던 지난해 공연장의 객석. [뉴스1]

    여기까지가 얼마 전까지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격리 기간 단축 논의가 쉽지 않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기사 두 건을 연달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빠르게 구하지 못한 백신 탓에 공연이 고생하고 있다고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8일 런던에서 연극 ‘쥐덫’이 14개월 만에 재개된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오페라와 뮤지컬 작품들이 다시 공연할 채비 중이다. 이어서 25일 기사에서는 ‘공연 천국’에서 ‘공연 없는 나라’가 된 대만을 다뤘다.
     
    대만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입국을 철저히 봉쇄하며 위기를 관리해왔다. 공연장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관객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았으며, 띄어앉기 좌석배치 방법도 고안해 내서 독특한 ‘매화꽃 객석’ 모양으로 관객을 앉혔다. 코로나에 관리형으로 대응하며 무대가 계속됐다.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연한 곳도 대만이었다.
     
    하지만 공연 천국의 시절은 끝나고 지난달 중순부터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있다. 하루 10명꼴이던 신규 환자가 200명 규모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만과 영국을 가른 건 백신이다. 이제는 공연이 열리는 곳에 백신이 있다. 대만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달 30일 기준 2%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기준 백신 접종률이 57.55%인 영국은 이달부터 공연장 전면 정상화를 예상하고 있다. 뉴욕의 라디오 시티 뮤직홀은 이달 19일 백신 증명서가 있는 관객을 모아 실내 노마스크로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폐막 공연을 연다.
     
    한국에선 지금 젊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0’만 뜨는 잔여 백신 접종에 ‘금손’ 기운을 바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주자 격리 기간 단축을 놓고 음악과 예술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시간이 희극적인 동시에 소모적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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