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잔치는 끝났고 ‘온실가스 감축’ 청구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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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31일 끝났다.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는 녹색 성장과 유엔의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를 의미한다. 이번 P4G 회의에서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중심 주제였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되 그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흡수해 순(純)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게 탄소중립이다.
     

    막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선진국은 감축목표 강화하라 압박
    개도국은 지원약속 이행하라 요구
    환경훼손·에너지전환 둘러싼 논란
    감축 고통은 다음 정권 몫 될 수도

    한국에서 열린 첫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에 국내외 정상급·고위급 인사 68명이 참석, 2018년 덴마크에서 열렸던 첫 회의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졌다. 한국 정부로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그린 리더십을 과시하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의 개최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배수진을 쳤다. 회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대로 이미 전 세계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44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P4G 의장국인 한국이 물러서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지자체의 탄소중립 선언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지자체의 탄소중립 선언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준비가 덜 된 한국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으로부터도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 때 선진국들은 2030년 배출량을 과거 최고 배출량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도, 이번에도 11월에야 새로운 감축목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이 국내외 석탄발전소 프로젝트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탈석탄을 선언했고, 주말인 29일에 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급히 마련한 보따리였다. 환경단체들도 이런 점 때문에 P4G 행사를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척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만 한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잔치는 끝났고 이제 그린 리더십을 뽐낸 값을 치르는 청구서만 남았다. 우선 감축목표 상향이다. 한국의 현재 감축목표는 정점인 2017년 대비 24.4% 줄이는 것이다. 기후변화 피해국 몽골이 밝힌 2030년 목표가 27.2%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목표는 30% 이상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4000만 톤 이상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배출권 거래가격인 톤당 2만 원의 감축 비용을 적용해도 80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럽연합(EU)은 탄소 국경조정세도 들먹였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로부터 상품·서비스를 수입할 때 자국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적용하는 일종의 무역 관세다.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거나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아도 수출에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개도국은 파리 기후협정 체결 때 선진국이 약속했던 연간 1000억 달러의 기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개도국 입장에선 한국도 분담해야 할 선진국이다. 문 대통령도 회의 개막 연설에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는 500만 달러, P4G에는 400만 달러를 더 제공하겠다고 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임한 마당이니 주머니를 계속 열 수밖에 없다.
     
    국내 상황도 절대 만만치 않다. 탄소 흡수를 위해 산림청이 내놓은 3억 그루 벌목, 30억 그루 조림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일본 등지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단지 탄소 흡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것도 30년생 나무를 늙은 나무로 간주해 베겠다는 것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환경 훼손 논란과 지역주민 반대,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실직 문제가 뒤엉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소중립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지적한 대로 신기술 개발과 시스템 혁신, 국제 협력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소통이다.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탄소중립이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산업계와 노동계, 시민사회, 지역주민과의 지난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2019년 설치했던 국가기후환경회의에는 야당 국회의원까지 참여했지만, 이번 탄소중립위 구성 때는 그런 시도도 없었다. 국회에서는 기후 위기 법안의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를 시작도 못 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위 출범식에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임기를 고려하면 허리띠 졸라매는 것은 다음 정권의 몫이 될 것이다. 녹색성장을 내걸고는 정권 말 석탄발전소 허가를 무더기로 내준 이명박 정부, 배출량의 11.3%를 해외 감축으로 대체하겠다고 미룬 박근혜 정부처럼 문재인 정부도 생색만 내고 폭탄은 떠넘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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