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과 평양 혼동, 실수로 넘어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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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4G 회의 개막영상 중 서울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이 등장한 장면

    한국이 주최한 국제회의 가운데 최다 참가국을 기록한 P4G 정상회의 개막 영상에서 서울이 나와야 할 자리에 평양 능라도가 등장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 석상에서 공개 상영되고 TV·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중계된 영상물에서 서울과 평양을 혼동한 어이없고 황당한 사건이다. 
     

    동영상보다 더 황당한 청와대 해명
    철저한 경위 조사와 문책 뒤따라야

     
    영상 자체보다 더 황당하고 심각한 것은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다”면서 설령 평양 화면이 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는 영상물이 담으려 했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다. 해당 동영상은 남산, 고궁, 한강 등의 영상으로 개최지 서울을 소개한 뒤 대동강 능라도의 위성사진을 시작으로 점점 줌아웃하면서 한반도와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모습을 담았다.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다할 것이며, 이번 회의 개최지인 서울이 그런 역할의 중심이자 발신지임을 강조하는 것이 동영상의 기획 의도였다. 따라서 서울이 아닌 평양 화면을 넣고 거기서부터 지구 전체로 줌아웃하는 형상은 애초의 기획 의도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회의 전체의 성과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인 서울선언을 ‘평양선언’으로 불러도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또한 이 문제는 ‘외주 제작사의 단순 실수’란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행사 규모와 성격상 제작 과정에서의 시연뿐 아니라 최종 리허설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과 감수가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참여했던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을 텐데도 능라도 화면은 무사히 통과됐다. 단순 실수라기보다 의도적 편집이 아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항간에는 관련자들의 친북·종북 성향이 반영된 것이란 의심까지 나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태도는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P4G 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정의용 외교장관의 브리핑 참석 기자들에게 외교부 당국자가 “동영상 문제는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언론 취재를 막는 나라가 되었는지 개탄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나오자 정 장관은 유감을 표시하고 경위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의 P4G 기획단 수준에 그치는 꼬리 자르기가 돼선 안 된다. 대통령 행사의 총괄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이런 일에 탁월한 전문성을 가졌다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동영상을 포함한 행사 전반에 관여했음이 틀림없다. 외주 제작사가 어딘지도 공개돼야 하고, 적법한 공모 절차를 거쳤는지도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혹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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