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타이레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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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예 P팀 기자

    23살의 앳된 청년, 로버트 맥닐은 1879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거리 모퉁이에 약국을 열었다. 약국을 운영하던 그에게 변화가 일어난 건 25년 뒤의 일이다. 아들인 로버트 링컨 맥닐이 약국에 합류하면서 일약 ‘회사’ 규모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약국은 맥닐 연구소가 됐다. 부자는 열이 펄펄 끓는 어린이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진통제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찾아낸 것이 아세트아미노펜. 독감을 앓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부작용이 덜한 데다 진통과 해열 작용이 탁월했다. 부자의 사업은 손자까지 합세하면서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1955년 맥닐 연구소는 아세트아미노펜에 이름을 붙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 ‘타이레놀’이다. 아스피린의 경쟁자인 타이레놀이 시장에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맥닐 연구소는 어린이용으로 사업을 시작해 속도를 올려나갔다. 처음엔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었지만 점차 시장이 넓어지면서 가정용 비상 상비약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3대의 열정이 담겨있던 맥닐 연구소는 4년 뒤인 1959년 존슨앤존슨에 흡수돼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타이레놀이 국내에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얀센을 통해 국내에 상륙한 지 27년만의 열풍이다. 품절 릴레이 뒤엔 최근 늘어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있다. 방역당국이 지난 3월 브리핑에서 콕 집어 백신접종 후 열이 나거나 하는 경우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이 불을 댕겼다.
     
    사람들은 타이레놀을 보통명사처럼 인식하면서 찾기 시작했고, 편의점 타이레놀 매출은 단박에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부 백신접종센터에서조차 타이레놀을 가져다 놓고 “어르신, 혹시 열이 나면 이렇게 생긴 약을 드시면 됩니다”고 설명하기에 이르자, 품절 속도는 더 빨라졌다. 보다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응에 나섰다. “타이레놀 외에도 성분이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다른 약이 많다”고 알리고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이 약발은 먹히지 않는 기세다.
     
    뜻밖의 품절 사태에 피해자(?)도 생겨났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으로 뜻하지 않은 ‘고초’를 겪은 약사들이다. 본의 아니게 올해도 “다 팔리고 없어요”를 반복해야 하는 ‘앵무새’ 신세가 됐다. ‘마스크 없무새’에 이어 이번엔 ‘타이레놀 없무새’가 된 약사들에게 6월은 참 힘겨운 달이 됐다.  
     
    김현예 P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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