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정말 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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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박근영 감독의 ‘정말 먼 곳’을 장악하는 캐릭터는 사람이 아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그리고 내내 등장하는 ‘양’이다.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정말 먼 곳’에서 양은 영화의 상징이자 반복되는 모티프이자 지배적인 이미지다. 혹은 판타지로 이어지는 매개체이며, 때론 다큐의 피사체처럼 등장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양털을 배경으로 크레디트가 뜬다. 희거나 깨끗하지 않은, 조금은 더럽고 헝클어진 털의 이미지다. 그리고 목장 구석에서 진우(강길우)는 양털을 깎고 있다. 완전히 제압당해 털이 깎이는 양의 모습은, 진우와 현민(홍경)이 성 소수자로서 겪게 될 일을 예견한다. 이후 두 사람은 게이 커플이라는 게 알려지며 마을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데, 현민이 이끄는 문학 교실 수강생 숫자도 확연히 줄어든다. 이때 현민이 박은지 시인의 ‘정말 먼 곳’을 읽고 그 목소리를 배경으로 양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정말 먼 곳

    정말 먼 곳

    다음 신. 진우는 성당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을 보며 기도한다. 노골적일 만큼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 대목에서 양은 분명 종교적 메타포(희생양)이며, 이 영화는 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신화적인 의미를 결합시키는 셈이다. 그 절정은 엔딩 신이다. ‘정말 먼 곳’은 양의 출산 신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화를 끝낸다. 갓 태어난 흙투성이 새끼양의 버둥대는 생명의 몸부림. 그 모습을 진우는 조용히 응시한다. 어떤 희망이라도 발견한 듯 말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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